갓 스물이 된 린다 보어먼(아만다 시프리드)은 숨 막히는 삶을 살고 있다. 혼외임신 전적이 있는 그녀를 부모는 엄하게 다스리고, 그녀도 어느 정도 부모에게 순종한다. 하지만 척 트레이너(피터 사스가드)라는 사업가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부모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꿨을 뿐인 그녀는 알고 보니 포주였던 척을 돕기 위해 린다 ‘러브레이스’란 애칭을 달고 포르노 배우 일에 뛰어든다. 다행히 <목구멍 깊숙이>에서 뛰어난 구강성교 기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지만, 그녀 뒤에는 늘 그녀의 성공을 악착같이 착취하는 척이 있다.
<러브레이스>는 1970년대를 휩쓸었던 포르노 스타 린다 러브레이스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영화다. 명확한 구조는 이 영화의 의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전반부는 척, 혹은 당시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서술한 린다 ‘러브레이스’의 역사다. 특히 전성기 전후 그녀의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는 린다의 주관적 시점으로 진행된다. 영화는 전반부 장면으로 돌아가 의도적으로 건너뛰었던 컷들 사이를 채워넣는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그녀가 린다 ‘보어먼’, 린다 ‘트레이너’, 린다 ‘러브레이스’로서 견뎌내야 했던 주변인들의 폭력적 행위 혹은 시선이다. 절제된 묘사에도 충분히 상상 가능한 그 폭력이 계속해서 관객의 마음을 괴롭힌다.
두 감독이 말한 바에 따르면, 이 전기영화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린다의 “감정적 진실”이다. 그러니 객관적 사실을 따지는 것은 이 영화의 전제를 부정하는 일이다. 진짜 문제는 린다 본인이 쓴 책이나 그녀의 인터뷰를 그대로 받아 적는 듯한 서사 전개 방식이다.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어왔던 두 감독이 왜 책이나 방송을 통해 이미 모두 나와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굳이 ‘극영화’ 형식으로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까. 그 질문의 부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