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2013-10-1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하늘(신재승)은 학교에서 ‘찐따’로 통하며 학교 짱 치우(최영성)에게 이유 없이 당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매사에 거침이 없는 중학교 동창 명호(김태윤)가 전학 오면서 하늘의 일상은 구세주를 만난 듯 바뀌기 시작한다. 하늘의 그림 실력을 알아본 명호는 온라인 성인만화 사이트의 오픈을 추진하고 여기에 전교 1등 재열(하수용)과 축구부였던 태희(이미노)까지 가세하면서 무서울 것 없는 환상의 조합으로 거듭난다. 게다가 갑작스레 여자 친구가 된 당돌한 세진(박연주)까지. 하늘은 이 모든 게 낯설지만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다. 한편 명호의 여자 친구인 아람(고은민)을 잊지 못하는 민식(이달)은 만만한 하늘을 괴롭히고 여기에 화가 난 하늘과 명호는 크게 한판 붙기에 이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밑도 끝도 없이 부유하는 애먼 열정을 청춘의 속성으로 꼽는다면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감정은 시종일관 고조되고 분출되기 바쁘다. 맞짱을 뜨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느 것 하나 크게 심각할 것 없고 모든 게 장난스러워 보이는 명호가 대표적이다. 방방 떠 있는 이런 분위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시끌벅적한 감정의 연유를 알 수 없다는 게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의 가장 큰 폭탄이다. 전교 1등부터 찐따까지 하루아침에 친구 사이가 됐는데 여기에는 ‘성인 사이트 만들기’라는 상황만 있을 뿐 이들 사이에 어떤 감정적 교감이 오갔는지는 포착되지 않는다. 과정을 건너뛴 결과들의 나열 속에서 서사를 따라가자니 호흡을 맞추는 건 고사하고 숨이 벅차다. 그래서일까. ‘행복한 삶이 가능한 이유’를 물으며 시작해 ‘어쨌든 살아 있기만 해도 기회는 찾아온다. 그리고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로 이어지는 하늘의 내레이션에 감흥이 일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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