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뜨거운 오사카. 날씨에 호응이라도 하듯, 7월21일에 극장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지켜보며 올해 상반기 일본 극장가에서 선전한 작품들을 되돌아보았다. 대체로 <독수리 5형제>나 <캡틴 하록>처럼 화려한 영상미를 내세우는 영화들보다는, 지금 일본의 현실에 뿌리를 내린 작품들이 오히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 보인다.
일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아오야마 신지의 신작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자신의 아이가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6년 동안 그 아이를 키우고, 이후 다른 집에서 자라던 진짜 혈육을 집으로 데려오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낳은 자식과 기른 자식을 바꾼다는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개봉 첫주 관객수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아오야마 신지의 <도모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닮아가는 아들의 이야기로, 올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보칼리노상과 젊은 심사위원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영화보다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은 <흉악: 어느 사형수의 고발>이다. 동명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한 잡지 기자가 사형수의 고발을 바탕으로 미해결 살인사건을 파헤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처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의 유명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도모구이>처럼 작품 자체의 지명도가 높은 것도 아니어서 <흉악: 어느 사형수의 고발>의 흥행은 세간을 놀라게 했다. 고 와카마쓰 고지 감독의 제자인 시라이시 가즈야는 첫 장편영화인 이 작품을 통해 11일 만에 11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그는 “많은 관객이 내 영화를 봤다는 것에 놀랐고, 기쁘다. 제작 과정에서 이 영화를 봐줄 사람이 진짜 있을지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관객을 믿기 잘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감정을 발견해주었으면 한다. 아직 못 본 사람도 벌써 본 사람도 극장에 보러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