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범인일까, 아닐까’ <공범>
2013-10-23
글 : 주성철

15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한채진군 유괴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온다. 언론사 기자를 꿈꾸는 대학 졸업반 다은(손예진)은 15년 전 사건을 영화화한 <악마의 속삭임>에 삽입된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흠칫 놀란다. 바로 너무나 익숙한 아버지 순만(김갑수)의 목소리와 닮았던 것. 매일 택배 일을 하고 주말에는 발레파킹 일까지 하느라 고단하기만 한 아버지의 모습과 잔인무도한 살인자의 얼굴은 전혀 겹치지 않지만 의심을 쉽게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을 ‘심’이라 밝힌 정체불명의 남자(임형준)가 등장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 간다.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박진표 감독의 존재에서 보듯 <공범>은 여러모로 그가 만든 <그놈 목소리>(2006)의 또 다른 버전처럼 느껴진다(국동석 감독은 <그놈 목소리>의 조감독이었다). 1991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괴당한 뒤 한강 배수로에서 싸늘한 사체로 발견된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을 영화화한 <그놈 목소리> 역시 영화 속 영화 <악마의 속삭임>처럼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삽입했었다. 정병길의 <내가 살인범이다>(2012), 정근섭의 <몽타주>(2013)에 이어 공소시효 만료를 소재로 한 <공범>은 바로 그 범인이 자기 가족일 수도 있다는, 그런 극악한 범죄자도 어딘가에서 평범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잔인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의심이 일파만파 커져가고, 그런 의심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가, 다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하며 모녀 관계는 위기를 맞는다. 다은 가족의 비밀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매끄럽게 이야기에 녹아든 느낌은 아니지만 김갑수와 손예진은 역시 노련하다. 결정적인 단서 하나를 중심에 두고서, 그들은 몇번의 굴곡과 반전을 거치며 ‘범인일까, 아닐까’ 하는 관객의 호기심을 능수능란하게 조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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