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공각기동대> 시리즈 중 가장 앞선 시간대의 이야기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1 고스트 페인>
2013-10-23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서기 2027년, 공안9과의 아라마키 부장은 무기밀매와 관련한 뇌물수수사건의 용의자인 마무로 중령의 행적을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부장은 마무로 중령의 부하 쿠사나기 모토코(사카모토 마아야)를 만나고, 그녀는 부장과의 대화를 통해 이 사건 뒤에 자신이 모르는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챈다. 그런데 수사를 할수록 자신이 마무로 중령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진 쿠사나기는 자신이 누구이며 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공각기동대> 시리즈와 <블러드> 시리즈 등에서 작화를 담당했던 기세 가즈치카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아 만든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1 고스트 페인>은 <공각기동대> 시리즈 중 가장 앞선 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중편 작품이다. 총 4부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이번 ‘보더: 1 고스트 페인’은 그중 1부에 해당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공안9과 요원들의 과거 이야기이다. 아직 공안9과가 본격적으로 꾸려지기 전의 젊은 쿠사나기는 예의 차가운 표정이 아닌 좀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무뚝뚝한 바트와 사람 좋은 토구사 역시 익숙한 듯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또한 파트너를 이루기 전의 쿠사나기와 바트의 격투 신이나 쿠사나기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시리즈이지만 <공각기동대> 특유의 주제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직 1부만 나온 시점이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쿠사나기는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은 채 방황하고 있으며 전쟁과 테러가 빈번한 국제정세는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자신의 질서를 힘으로 관철시키려 한다. 작화가 매끄럽지 못한 일부 장면이 눈에 걸리지만 약간의 변화 속에 시리즈 특유의 세계관과 매력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기대를 안고 지켜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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