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선택하지 않은 미지의 길 <미스터 노바디>
2013-10-2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2092년 가상공간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118살의 니모 노바디(자레드 레토). 그는 지금 기억의 혼란으로 이름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자’다. 그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시간은 과거의 기억 속뿐이다. 그 시작은 어린 니모가 이혼하는 부모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인생의 첫 갈림길에 섰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나 아빠를 선택하는 것에 따라 니모는 안나(다이앤 크루거), 엘리스(사라 폴리), 진(린당 팜)을 만나 각기 다른 사랑을 나누고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 그리고 모든 선택지들은 기억의 혼란을 보여주듯 마구잡이로 뒤섞인다. 마침내 과거에서 깨어난 니모는 모든 삶 가운데 무엇이 진짜였고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답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토토의 천국> <제8요일>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무려 7년간 시나리오를 쓴 <미스터 노바디>는 인생이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선택하지 않은 미지의 길을 상상해보는 이야기다. 결혼식장에 있는 신부 안나의 사랑스러운 눈빛이 이내 엘리스의 웃음으로, 진의 얼굴로 이어져 바뀌고, 엘리스의 남편으로 사는 니모에게 진과 찍은 가족사진이 배달되는 상황은 현실이 꿈이 되고 다시 현재가 되는 생경한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의 장면전환이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행히 감독은 능란한 편집술로 니모의 상상 속 에피소드들을 그럴듯하게 접붙인다. 그러나 정작 <미스터 노바디>에서 당혹스러운 지점은 따로 있다. 니모가 “우리는 9살 꼬마의 상상 속에 있을 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앞서 보여준 선택지들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혹은 무위로 돌려보내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모든 삶이 진짜요, 모든 길이 올바르다”는 니모의 자답은 선택의 순간이 어째서 필요한 것인지를 따져 묻게 만든다. 인생의 결단들이 만만치 않다고 본다면 모호하고 허무하기까지 한 엔딩이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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