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쫓겨난 <천안함 프로젝트>가 급기야 IPTV에서도 퇴출되고 말았다. 극장은 협박전화로 인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관객 안전을 이유로 상영을 중단했다지만, 대한민국의 안전한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보게 되는 IPTV마저 방영 중단을 한 것은 도대체 어떤 심각한 위협 때문인가? 지난 10월2일 어버이 연합을 비롯한 극우 노인단체들이 광화문 KT 본사에 항의방문을 한 뒤, KT의 올레TV는 물론, SK의 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개 대표 IPTV 모두 <천안함 프로젝트>를 방영 중단해버렸다. 3주간 독립영화치고는 상당히 높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던 이 영화는 극장에서 잃어버린 관객과 수익을 2차 윈도에서 복구할 기회마저 빼앗겨버린 것이다. 국민들 또한 각자의 집에서 자유롭게 화제가 된 영화를 볼 권리를 강탈당했다. 간단한 항의방문만으로 법적인 계약과 합의를 통해 정식 서비스되고 있던 영화가 하루아침에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는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법정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받은 ‘안전한’ 영화이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문제제기가 왜 국가의 위협이며 친북 행위란 말인가? 좌초해서 침몰했다면 북한이 얻는 이득이 대체 무엇인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 제시는 기본적인 토대이다. 그런 제시는 언론과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천안함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영화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영화의 주장은 절대적으로 옳지도 않을 것이고, 최종 판단은 관객이 스스로 내리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소통 채널이 막힌다면 대한민국은 끔찍한 독재 국가가 된다. 그러므로 모든 매체는 누군가의 불만이나 외압에 의해 함부로 막혀선 안된다. 1980년 광주에 북한군이 내려와 폭동을 일으켰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펴는 <화려한 휴가2>가 만들어져도 그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고 IPTV에서 끝까지 방영되어야 한다. 선택은 관객의 권리이고 판단은 그들이 내릴 테니까.
독재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재 체제에선 단지 진실만 존재할 뿐이지만 자유국가에선 국민 각자가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독재국가에서 진실은 국가에 의해 부여되며 그래서 미신에 가깝다.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거늘 자유로운 토론과 열린 생각을 중시하는 소중한 자유민주주의의 약속이 깨지는 불행한 사태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를 망각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