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녀들을 위한 청춘영화 <노브레싱>
2013-10-30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조원일(서인국)과 정우상(이종석)은 어릴 적부터 수영 영재로 자웅을 겨뤘던 라이벌이다. 하지만 지금의 원일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퇴학당한 문제아이고, 우상은 국제대회 중 폭행사건으로 징계를 맞은 전 국가대표 선수다. 그런 두 사람이 대한체육고등학교 수영부 편입생으로 다시 마주치게 된다. 곧바로 라이벌 경쟁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원일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기보다 좋아했던 수영에 심드렁하다. 우상은 자기보다 한참 실력이 모자란 고등학교 수영부 선수들과 섞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사건사고, 정은(권유리)과의 삼각관계 등을 계기로 그들은 다시 선의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그들의 레이스가 교내 선발전, 전국체전 등으로 무대를 넓혀갈수록 원일과 우상의 관계도 점점 끈끈해진다.

<응답하라 1997>의 서인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종석. TV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청춘 배우 둘을 콤비로 기용한 청춘영화 <노브레싱>은 <늑대의 유혹>(2004)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왔다. 비명과 탄식을 오가게 만드는 로맨스 소설식 대사부터 남자 캐릭터들의 젊은 육체를 탐닉하는 카메라워크까지, 소녀(의 마음을 간직한) 관객층을 집어삼키려는 심산의 기획영화다. 심지어 우상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노골적으로 ‘강동원 효과’를 재현하려 한다. 다만 선례와 차이점이라면 두 남자 사이에 놓인 소녀 캐릭터를 평범한 외모의 생소한 배우가 아닌 ‘소녀시대’의 권유리가 연기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은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데뷔까지 하는 인물이다. 여성 관객에게 자기만족적 판타지를 제공하려 한 계산일지도 모르겠으나, 오히려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기획성 청춘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대하게 봐도, <노브레싱>은 이 영화를 TV드라마처럼이라도 즐기려는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기 어려울 영화다. 가장 큰 장애물은 단조로운 에피소드 전개방식이다.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을 유기적으로 엮어나가는 직조술이 전무하다. 초반부는 원일의 헐렁한 매력을 코미디로 설득시키기 위해 비슷한 에피소드를 무한반복한다. 후반부는 캐릭터별 사연을 그저 시퀀스 단위로 뭉텅뭉텅 나열한다. 이러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재미라도 만끽하고픈 관객까지 지루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덧붙여 수영이라는 스포츠 소재와의 결합도 불만족스럽다. 중계 장면은 긴박함이 부족하고, 관객의 눈요깃거리로 던져진 청춘들의 상반신에도 충분한 패기가 흐르지 않는다. 이 모든 허점을 껴안을만한 ‘팬심’만이 탈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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