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마블’이라는 우주를 즐기는 법 <토르: 다크 월드>
2013-11-06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토르: 천둥의 신>으로부터 2년 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지구인 여자친구 제인 포스터(내털리 포트먼)를 향한 마음을 억누른 채 아스가르드에서 아홉 행성을 다스리는 데 열심이다. 하지만 제인이 우연히 다크 엘프의 무기인 ‘에테르’를 발견하면서 평온은 깨진다. 토르는 위험에 처한 제인을 아스가르드로 데려오고, 다크 엘프의 수장 말레키스는 제인의 몸속에 흐르는 에테르를 빼앗고자 아스가르드를 공격한다. 궁지에 몰린 토르는 최후의 수단으로 ‘배신의 아이콘’ 로키(톰 히들스턴)에게 도움을 청하나, 우주 종말을 향한 말레키스의 의지는 끈질기다.

1편에 비해 서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몸집 불리기를 했다. 먼저, 늘어난 인물 수나 하위서사의 수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소 산만한 구조의 묘미를, <소프라노스> <왕좌의 게임> 등의 시리즈 드라마로 인지도를 쌓아온 앨런 테일러 감독이 최선을 다해 살린다. 더불어 CG도 풍성해졌다. 말레키스의 고향 ‘다크 월드’나 아홉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시기인 ‘컨버전스’의 묘사는, 마블사 시리즈 중 드물게 신화적 판타지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가 SF 블록버스터의 선례들을 따라잡으려 애쓰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독창적인 상상력에 닿지는 않는다.

<토르: 다크 월드>는 그 자체로 대단한 영화라서가 아니라 마블이라는 우주를 즐기는 법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표본이라 재미있다. 영화는 마블사 캐릭터들, 영화들간의 사사로운 연관성 속에서 소소한 웃음을 건져내고 있는데, 그것은 프랜차이즈물에 학습된 관객에게 친숙하고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덧붙여 신적 존재들과 인간들이 뒤섞이다보니 생겨나는, 말 그대로 ‘깨알’ 같은 유머들은 <아이언맨> 시리즈의 그것보다 높은 타율을 보인다. 토르와 제인 사이의 화학작용도 좋다. 전체적으로 큰 재미보다 작은 재미로 승부를 보는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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