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배우로 돌아온 최승현 <동창생>
2013-11-06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리명훈(최승현)은 평양에서 걱정 없이 살아가던 열여덟 소년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조국의 배신자의 아들로 낙인찍힌 뒤, 하나뿐인 여동생 혜인(김유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파공작원이 된다. 그렇게 낯선 서울에서 낮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강대호로, 밤에는 정찰국 8전단 소속 ‘기술자’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학교에서도 여동생과 같은 이름을 가진 혜인(한예리)에게 자꾸 마음이 가나 편하게 친해질 수 없다. 그는 그저 북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주어진 임무를 이 악물고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결국은 북한 수뇌부의 정권 재편 바람에 휘말려 상부로부터도 버려진 신세가 되고, 급기야 그의 뒤를 쫓던 문상철(조성하)에게 두 혜인까지 인질로 잡히고 만다. 그는 두 혜인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사력을 다한다.

<동창생>의 가장 큰 미덕은 잔재주를 아꼈다는 점이다. 드라마도 액션도 직구 스타일이다. 우선 드라마를 전개하는 과정에 한눈파는 일이 거의 없다. 명훈이 친구 혜인과 말보다 눈빛으로 소통할 때, 혹은 동생 혜인과의 아련한 추억들을 꺼내놓을 때, 카메라는 그 순간들을 지나치게 늘어뜨리는 법 없이 시나리오에 약속된 정량의 임무만을 완수하고 물러난다. 액션에 있어서도 화려한 테크닉이 폭력의 잔해물을 전시하려 들지 않는다. 체육관 신이나 약국 신의 액션들은 은근히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점을 부각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도 살육의 쾌락을 전달하는 데 조심한다. 나아가 낮의 드라마 신과 밤의 액션 신을 넘나드는 방식까지도 툭툭, 무심하다. <아저씨>와 <의형제>의 성공을 뒤쫓는 꽃미남 액션물 가운데 가장 미니멀한 사례로 남을 듯하다. 다만 문제는 절제의 노력이 경제성보다 무미건조함을 낳을 때도 많다는 사실이다. 숏의 길이도 길지 않고 극의 전개 속도도 느리지 않은데,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 이유다.

한편 아이돌 출신 배우들 가운데서도 독보적 아우라를 지닌 최승현은 이번 영화로 반쯤의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우선 진한 이목구비가 리명훈의 강렬한 캐릭터와 매끄럽게 겹친다. 거기다 고통과 절망에 부서질 듯한 소년의 모습과 무표정한 살인기계의 모습을 성실히 아우르는 재능에는 그의 팬이 아니었던 관객도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반면 강대호의 일상을 연기할 때 그는, 어릴 적부터 무대에 서는 훈련을 받아 생활 연기에 약한 아이돌 출신 배우의 약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누구의 동창생도 아닐 것 같은 동창생으로서의 그의 외모와 존재감이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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