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같이 사는 게 진짜 가족 아닌가?” <붉은 가족>
2013-11-06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붉은 가족>은 <풍산개>의 연장선에 놓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 각본을 맡은 두 영화는 한국의 분단 상황을 김기덕식으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창적 상상력에 기초한 과감한 설정 안에 현실적 문제의식을 밀도 높게 풀어놓는 것이 그 방식이다. 두 영화 모두 비현실적이고 인위적인 가정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걸림돌이 아니라 주제를 드러내는 지름길로 기능한다는 특징이 있다.

<붉은 가족>은 임진강나루 식당에서 장어구이를 먹는 민지네 가족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할아버지, 부부, 손녀는 서로를 챙겨주는 훈훈한 모습이다. 음식을 놓고 위아래 없이 다투는 옆 테이블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예의바르고 살가운 며느리는 차갑고 혹독한 조장이고 나머지 세명은 조원일 뿐이다. ‘진달래’라는 암호로 활동하는 이 조직은 요인 암살 등 지령을 수행하는 게 본업이나, 겉으로는 가족이라는 역할극을 하고 있다. 이웃 창수네는 민지네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할머니, 부부, 손자가 어울려 사는 이 집은 매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진다. 창수 엄마는 쓰레기나 죽은 새를 민지네로 옮겨놓고는 뻔뻔하게 아니라고 잡아뗀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족이지만 민지와 창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까워지면서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창수네와 민지네는 남과 북을 상징한다. 창수네가 푸른 가족이라면 민지네는 붉은 가족이다. 진달래 조직원 눈에 창수네는 썩고 병든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한심한 콩가루 집안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진달래 조직원들은 허전함을 느끼고 진짜 가족 창수네를 부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가족 단위로 축소시키자 남북 갈등이 명료하게 보인다. 정치 체제, 핵 문제, 주변국 등에 대한 두 가족의 견해는 극명하게 나뉘고 충돌 직전까지 간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자 분위기는 다시 부드러워진다.

<붉은 가족>은 일종의 우화다. “같이 사는 게 진짜 가족 아닌가?”라는 대사에는 만나야 하고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주제가 담겨 있다. <풍산개>에 등장한 휴전선의 높은 철책은 <붉은 가족>에서 철사 포승줄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둘 다 분단 문제 해결을 위해 걷어내야 할 것들이다. 두 가족의 대조는 남북 상황을 비유하기에 효과적이나 논란의 여지도 있어 보인다. 가령 <붉은 가족>이 제시하는 사랑과 가족이라는 소박한 해법에서 가족 이데올로기라는 함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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