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서른살, 뒤늦은 성장 <사랑해! 진영아>
2013-11-06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귀엽고 발랄한 영화다. <사랑해! 진영아>는 서른살 시나리오작가 진영(김규리)의 뒤늦은 성장 이야기이자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영화다. 진영은 생후 6개월 만에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계모 박철순 여사 밑에서 자란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진영의 어린 시절은 동화 속 신데렐라와 비슷한 처지가 된다. 진영은 계모와 의붓동생에게 시달리고 치이며 자랐다고 회상한다. 세월이 흘러 계모는 치매 증상으로 요양원에 가게 되고 변변한 직장이 없는 진영은 동생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진영은 학습지 교사로 근근이 용돈을 벌며 밤마다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한다. 매번 영화사에서 퇴짜를 맞던 진영의 시나리오는 우연히 감독 황태일(박원상) 손에 들어가고 꿈에 그리던 영화 제작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우호적인 감독을 제외하고 모든 제작진은 진영에게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한다. 진영은 <비포 선라이즈> 분위기의 좀비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제작진은 보다 대중적인 영화를 원하는 것이다.

좀비영화 마니아인 진영의 시나리오 주인공은 당연히 좀비다. 그런데 너무 인간적인, 따뜻한 좀비라서 문제다. 시나리오 속 좀비 캐릭터는 진영의 분신으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진영의 성장과 좀비 캐릭터의 완성이 함께 이루어진다. <사랑해! 진영아>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상투적이고 진부해질 위험을 안고 있었지만, 재기발랄하게 장애물을 통과하여 자신의 동선을 완성했다. 연애도 못해보고 돈도 없고 경력도 없는 진영에게 사랑과 일은 넘어야 할 산이다. 진영의 현실과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동원한다. 자신의 장례미사를 지켜보고, 좀비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은 진영의 꿈과 공상이다. 여기에 동원된 판타지는 시나리오 창작과 영화 제작의 고뇌를 적절히 설명해주는 동시에 영화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진영이 마더 콤플렉스를 극복할 즈음 영화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다. 그리고 스스로 외친다. “사랑해! 진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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