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다시는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 <세이프 헤이븐>
2013-11-06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비밀스런 과거를 가진 케이티(줄리언 허프)가 형사들의 수사망을 뚫고 시외버스에 몸을 숨겨 마침내 도주에 성공한다. 이튿날 그녀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작은 해안마을 사우스포트에 도착한다. 이곳은 버스 여행의 기착지이면서, 사람들이 머물기보다는 스쳐가는 창구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케이티는 이 마을에서 아내를 잃고 홀로 어린 남매를 키우는 알렉스(조시 더하멜)를 만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알렉스는 단번에 케이티에게 호감을 느낀다. 아이들을 매개로 두 사람은 조금씩 친해지고, 그렇게 다시는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무렵 감춰진 케이티의 어두운 과거가 점점 그녀를 옥죄어온다.

가을날에 어울리는 멜로영화 <세이프 헤이븐>은 서스펜스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드라마의 형식을 취한다. 원작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이다. 속칭 ‘베스트셀러 기계’라 불리는 스파크스의 소설 중 영화화된 작품은 총 8편이다. 그중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디어 존>(2010)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그의 소설을 각색했다. 영화에는 고즈넉한 강가, 숲속의 오두막집, 오크 나뭇길 등 그 지역의 아름다운 절경이 잘 포착되는데, 현재 스파크스와 그의 가족들은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케이티 역에 캐스팅된 것은 키라 나이틀리였다. 이후 줄리언 허프로 변경됐는데, 이 작품은 그녀의 첫 극영화 출연작이다. 댄서와 가수로 데뷔했던 허프는 <버레스크>(2010)나 <풋루즈>(2011)와 같은 뮤지컬영화를 통해 연기로 영역을 넓혔다. 첫 극영화이지만 꽤 성공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허프와 더하멜의 멜로 연기는, 스파크스 원작의 영화 <노트북>(2004)에서 봤던 레이첼 맥애덤스와 라이언 고슬링의 궁합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후반부에 결집된 판타지와 악의 정체에 대한 과장된 설정이 보이지만, 로맨스를 파고드는 단순함과 클리셰의 사용이 만족스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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