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공동체의 삶을 붕괴시키는 인간의 이기심 <더 퍼지>
2013-11-06
글 : 김성훈

1%라는 사상 최저 실업률과 범죄율을 기록한 2022년 미국. 미국은 국민들의 범죄 욕구까지 뿌리뽑기 위해 ‘퍼지의 날’을 제정한다. 1년 중 단 하루, 12시간 동안 살인을 비롯한 모든 범죄가 허용된다. 제임스(에단 호크)는 외부의 침입에도 끄덕하지 않는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다. 퍼지 데이 덕분에 최고의 판매량을 올렸지만, 그 역시 자신의 제품으로 무장해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제임스의 아들 찰리(맥스 버크홀더)가 무장 강도들로부터 쫓기고 있는 한 남자를 숨겨주기 위해 그를 집 안에 불러들인다. 안전한 밤을 보내게 될 거라는 제임스 가족의 믿음은 가면 쓴 무장 강도들의 위협으로 인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한다.

알려진 대로 <더 퍼지>는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 제작진과 마이클 베이가 손잡고 만든 스릴러영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그랬듯이 외부의 적이 정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솜씨는 여전하다. 제임스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퍼지 데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보안 시스템을 작동하면서 안전한 밤을 보내길 기도하고, CCTV를 통해 아무도 없는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영화의 전반부 장면은 누가 언제 어떤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흘러넘친다. 그러나 찰리가 무장 강도에게 쫓기는 한 남자를 집 안에 들이는 순간 영화는 제임스 가족을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트린다. 무장 강도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집 안에 숨어 있는 그를 잡아 집 밖으로 쫓아낼 것인가. 아니면 퍼지 데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죄없는 남자를 지켜줄 것인가. 제임스 가족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윤리적 올바름을 고민하는 사이, 전반부에서 애써 쌓아올린 긴장감은 무너지고 만다. 특히 공동체의 삶을 붕괴시키는 인간의 이기심을 풍자하는 후반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다소 싱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5월 북미 개봉 당시 할리우드 역대 R등급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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