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문제가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0월 스웨덴의 4개 극장사가 상영작에 관해 폭력이나 섹스 외 양성평등 묘사 수준에 관해서도 등급을 매기기로 결정한 것이 발단이다. 그중 스톡홀롬의 독립예술영화관 ‘바이오 리오’의 관계자 엘렌 테일레에 따르면, 그들의 “목표는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와 시각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한다. 그는 나아가 이와 같은 변화에 대부분의 관객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에 동의하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한 가지 문제는 그들이 등급분류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다. 벡델 테스트란, 앨리슨 벡델의 만화 <경계해야 할 레즈비언>(Dykes to Watch Out For)에서 따온 것으로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영화 속 여성 재현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한다. 이름을 지닌 여성 캐릭터가 2명 이상인가,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는가, 그 대화가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닐 때도 있는가. 이 질문들을 모두 통과해야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 테스트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해리 포터> 같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은 물론, 여성 우주인이 주인공인 <그래비티> 같은 영화도 모두 불합격이다. 이에 대해 영국 서리대학의 벨라 호네스 로 박사는 “여성 감독들에게 분수령이 됐던” <허트 로커> 같은 영화를 간과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양성평등에 등급을 매길 거라면 계급, 인종, 민족,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관계자는 스웨덴의 일부 영화관들의 결정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세부 규칙에는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그들이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촉망받는 젊은 여성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클리오 바나드도 “질문을 던진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규칙의 수정에 대해서는 좀더 할 말이 있다”고 전했다. 웹진 <우먼 앤드 할리우드>의 창립자이자 에디터로 활동 중인 멜리사 실버스타인도 “이 시대의 문화가 우리(여성)를 제대로 반영하게 된다면 굉장할 것이다”라고 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