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할리우드식 갱스터 무비와 한국형 누아르의 결합 <친구2>
2013-11-1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살인 교사 혐의로 17년간 옥살이를 하고 출소를 앞둔 준석(유오성). 그에게 한 중년 여인(장영남)이 면회를 신청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옛날 학창 시절에 준석과 종종 어울려 지내던 사이다. 여인은 자기 아들 성훈(김우빈)이 준석과 같은 교도소에 들어와 있는데 부디 다치지 않도록 힘 있는 준석이 그를 보호해달라고 부탁한다. 준석이 성훈을 보호해주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이내 출소한 준석은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된다. 조직은 비열한 수하인 은기(정호빈)의 수중에 모조리 넘어가 있고 준석을 따르던 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마침내 준석은 아버지 이철주(주진모)가 세웠던 이 조직을 재편하기로 마음먹고 성훈을 자기의 오른팔 삼아 은기의 세력과 맞붙는다. 하지만 아직 준석과 성훈은, 준석이 동수(장동건)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사람이고 성훈이 동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서로 모르고 있다.

12년이 지나 성사된 후속작 <친구2>는 전작의 인물들 중 준석을 중심으로 하되, 동수의 숨겨진 아들 성훈, 준석의 아버지 이철주의 일화까지 포괄하고 있다. 감독은 <친구2>의 이러한 구조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인 <대부2>에서 영향받은 것임을 밝혔다. 동시에 <친구2>가 한국형 누아르의 성격을 지녔다고도 했다. 그러므로 <친구2>에는 일종의 야심적인 시도가 엿보인다. 할리우드식 갱스터 무비와 한국형 누아르를 결합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소 오차가 생긴 것 같다. 준석, 성훈, 철주를 잇는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헐겁다. <대부2>와는 다르게 아버지 이철주의 일화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맥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한편 성훈에게는 일찍 죽어간 친구의 일화가 있는데 이 부분 역시 효용이 의심된다. <친구2>는 한쪽으로는 할리우드 갱스터 무비의 장르적 관습을 또 한쪽으로는 한국형 누아르의 감정적 관습을 지니고 있는데 그 두개의 장르적 관습이 다소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개 곽경택 영화의 주요한 매력은 전체의 구조적 뼈대가 아니라 부분들의 생기 넘치는 묘사의 합에 있다. <친구2>도 예외는 아니다. 준석과 성훈과 철주의 일화를 종횡하는 구조적 묘미보다는 거칠고 상투적인 감정이라도 인물 개별이 각자의 감정을 꽉 붙들고 놓지 않을 때의 장면들이 훨씬 더 인상적이다. 출소한 준석이 느끼는 사회적 패배감과 그가 은기와 대치해야 하는 순간에 갖는 망설임 혹은 은기를 처단하려 할 때의 잔혹함, 아버지와 준석의 관계를 알게 된 성훈이 준석에 대한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흔들리며 느끼는 불안함, 모든 사건이 종료된 뒤에 홀로 남아 외로워하는 준석의 쓸쓸함 등이 표현될 때가 바로 그런 인상적인 순간이다. 전작과 다른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한 <친구2>의 새로운 시도는 가치 있다. 다만 또 하나의 새로운 매혹을 성취하는 데까지 이르진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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