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콘서트영화의 새로운 화법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
2013-11-13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영화가 시작하면 스케이트보드를 탄 남자(데인 드한)가 등장하고 저 멀리 공연장이 보인다. 그리고 남자가 공연장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모습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바로 제임스 헷필드, 커크 해밋, 라스 울리히, 로버트 트루히요가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즉 이곳은 메탈리카의 라이브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고 남자는 이 콘서트의 스탭이다. <Creeping Death>가 흘러나오며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하자 남자는 열정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지만 누군가 그를 불러낸다. 바깥에 나가서 ‘어떤 물건’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세상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해 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염과 피가 가득한 가운데 남자는 ‘물건’을 찾아 나선다. 물론 메탈리카는 계속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메탈리카가 직접 기획하고 <프레데터스> 등을 만든 님로드 안탈이 연출한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는 메탈리카의 라이브 공연 실황과 이상한 모험을 겪는 한 남자에 대한 픽션을 섞은 독특한 영화다. 기본적으로는 콘서트영화지만 환상적인 모험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조합 같지만 메탈리카의 음악과 세기말적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떨어지며 무엇보다 이 시도가 메탈리카의 음악과 무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특히 영상이 음악을 설명하는 식의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자신만의 영화적 화법을 시도한 부분이 눈에 띈다.

콘서트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강렬한 라이브 음악은 어느 순간 처절한 싸움 장면의 배경음으로 바뀌고, 군중이 싸우면서 만들어내는 둔탁한 소음은 메탈리카의 원래 음악에 풍부한 뉘앙스를 추가한다. 두개의 사운드가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공간을 넘나들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Cyanide>의 둔탁한 전주와 함께 경찰이 발 맞추어 전진하는 장면의 절묘한 사운드 조합은 거의 새로운 편곡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여기에 멤버들이 시치미 뚝 떼고 보여주는 연기와 무대 위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은 바깥에서 벌어지는 모험과 함께 기대 이상의 드라마를 빚어낸다. 어떻게든 맡은 역할을 완수하려는 남자와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다음 노래를 부르려는 메탈리카의 땀이 굳이 논리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감정적 소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메탈리카와 남자가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는 순간은 <Orion>의 선율과 함께, 그리고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물건의 정체와 함께 묵직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메탈리카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은 물론 콘서트영화의 새로운 화법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도 만족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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