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자신의 욕망을 잘 알라 <변태가면>
2013-11-13
글 : 김보연 (객원기자)

교스케(스즈키 료헤이)는 사디스트 어머니와 마조히스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무궁무진한 변태의 자질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아직 자신의 참모습을 모르는 교스케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변태 기질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자신의 짝사랑 아이코(시미즈 후미카)를 납치한 복면 무장 강도와 싸우다 실수로 여자 팬티를 머리에 쓰자 변태가면으로 변신해버린 것이다. 강력한 힘과 치명적인 ‘필살기’를 갖게 된 그는 이때부터 변태가면으로 활약하며 정의를 위해 싸운다. 하지만 교스케-변태가면이 유명해질수록 그를 노리는 적도 많아지고, 자신의 정체를 당당히 밝힐 수 없는 교스케의 갈등 역시 커져만 간다. 과연 교스케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변태성을 숨길 수 있을까.

일본 만화 <궁극! 변태가면>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변태가면>은 포스터만 보아도 영화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흰색 팬티를 뒤집어쓴 주인공이 역시 흰색 팬티만 입은 채 몸을 꼬고 있는 모습 말이다(게다가 팬티를 어깨까지 끌어올려 남성용 비키니라 불리는 맨키니처럼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변태가면의 필살기는 남성의 “유부초밥”을 이용한 기술이며 그에 맞서 싸우는 악당들 역시 주인공에 뒤지지 않는 변태성을 자랑한다. 즉 이 영화는 남자의 맨 엉덩이와 여자의 팬티가 난무하는 엽기적인 취향을 자랑한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변태개그만 가득한 영화로 보기 쉽지만 주제는 의외로 모범적이다. 변태가면의 불가사의한 힘의 근원과 정의를 지키는 영웅이 가질 수밖에 없는 수치심을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변태를 긍정하는 것이다. 즉 이 영화에서 변태는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며 오히려 평범하게 살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더 변태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비록 매일 야한 생각만 하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교스케는 그런 의미에서 전혀 변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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