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면? <사랑은 마법처럼>
2013-11-13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첫눈에 반하다’와 ‘사랑’을 결합하면 대략 단 한번 시선의 교환 이후 마법에 빠진 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삶의 소소한 부분까지 함께 나누게 되고 행동이나 몸짓 하나까지도 닮아가게 된다는 판타지가 생산되지 않을까? 발레리 돈젤리의 뮤지컬 로맨틱 코미디 <사랑은 마법처럼>은 그런 판타지가 실제가 된다면 어떨까라는 재밌는 발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파리의 오페라발레단 단장 헬렌(발레리 르메르시에)과 한적한 교외의 거울 가게 직원 조아킴(제레미 엘카임)은 우연히 만나 키스를 하게 된 이후 서로 같은 행동을 하며 붙어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사회적 지위와 직업 때문에 파리를 떠날 수 없는 헬렌 때문에 상대적으로 포기할 게 별로 없는 조아킴은 자신의 집을 떠나 파리 생활을 하게 되지만 열렬한 연인 사이도 아닌 이들의 동거는 그리 유쾌하지 않게 흘러간다. 발레리 돈젤리는 극중에서 조아킴의 누나로 등장하여 연출과 연기를 겸하고 있다.

설정은 분명 마법 같은 사랑이지만 아무런 화학작용도 없이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연애를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성인의 자세를 역순으로 알려준다. 부모를 일찍 여읜 탓에 지나치게 돈독한 우애에 집착했던 조아킴 남매는 느닷없는 마법 때문에 분리의 과정을 겪으며 성장해간다. 엄마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야 했던 것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엄마로부터 독립하게 되었지만 이 때문에 다시 분리불안을 겪고 있었던 헬렌은 가족보다 더 진하게 뒤엉켜 있던 친구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성인 남녀가 만나 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먼저 그들 스스로 성인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가만히 운명을 기다리기보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 그들의 마법은 진짜 사랑이 된다. 한편, 파리지앵들도 새로운 삶, 사랑의 도피처로 뉴욕을 꿈꾼다는 사실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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