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반전스릴러 <퍼펙트 호스트>
2013-11-1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은행 강도 존(클레인 크로퍼드)은 경찰을 피해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마침 친구들과 저녁 파티를 준비 중이던 집주인 워릭(데이비드 하이드 피어스)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의 느닷없는 방문에 잠시 주저하지만 자신의 친구 줄리아의 지인이라는 존의 말을 듣고 그를 집 안으로 들인다. 강도를 당해 빈손이라고 둘러대는 존을 기꺼이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워릭. 때마침 라디오에서 자신의 수배 소식이 전해지자 더이상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된 존은 워릭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정작 이 순간에 상황 파악이 안되는 건 워릭이 아니라 존이다.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기까지 하는 워릭이 실은 자기만의 망상과 환상 속에 살고 있으며 그 실체를 지금 막 드러냈기 때문이다. 초대 손님들도, 줄리아도 모두 워릭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저녁 식사의 실제 손님은 존이 유일하다.

미니멀한 가구들, 유려하게 흐르는 아리아의 선율 사이로 멋스럽게 차려입은 호스트가 정체를 드러내며 단박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퍼펙트 호스트>의 초반 쇼크는 꽤 그럴싸하다. 외부와 단절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워릭의 망상과 대결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뿐인가. 노련한 배우 데이비드 하이드 피어스가 보여주는 워릭의 광기는 군더더기 없는 그의 집만큼 깔끔하고, 존의 투박하고 거침없는 눈빛은 클레인 크로퍼드의 야성적 매력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초반 반전의 힘을 동력으로 삼았던 <퍼펙트 호스트>는 또 다른 반전에 몰두하다 서사를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결정적 우를 범한다. 워릭의 포박은 다소 엉성했고 존의 저항도 허무한 감이 있다. 심지어 집 밖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앞선 적대감 따위는 잊은 듯 행동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쏘우>의 스테이시 테스트로가 제작했다 해도 반전만으로 급박한 마무리를 만회할 수는 없는 법. 아쉬운 용두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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