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파트에 감금당한 모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
2013-11-13
글 : 김보연 (객원기자)

꽃집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여인 홍채(문지영)에게는 그녀를 2년간 쫓아다닌 스토커(김재록)가 있다. 그는 어느 날 홍채의 지인을 다치게 한 뒤 모습을 감추지만 이번에는 다시 그녀의 엄마(유안)에게 접근해 홍채 앞에 등장한다. 그렇게 세 사람이 집에서 맞닥뜨린 순간 모녀에게는 악몽의 시간이 시작된다. 남자가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두 여자의 손발을 묶은 채 홍채에게 잠깐이라도 함께 살자며 애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의 다음 행동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녀는 과연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남자의 행동도 사랑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까.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남자가 두 여자를 감금한다는 단순한 설정으로 시작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설정을 밀고 간다. 남자는 여자들을 괴롭히고 여자들은 몸을 뒤틀며 소리를 지르는 게 이 영화의 거의 전부다. 이처럼 단순한 설정의 영화가 자신만의 특색을 만들기 위해 취한 전략은 예측하기 힘든, 그리고 쉽게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기괴한 인물과 사건들을 차례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게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납득하기 힘든 행동만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만다. 남자의 정신병적 행동이나 혼자 다른 장르의 영화를 찍고 있는 엄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인 홍채는 상식적인 행동을 해야 할 텐데 이 영화는 그냥 좀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을 방치해버린다. 그렇게 영화가 스스로 자신의 의미를 지울 때 남는 건 단지 괴상한 행동과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뿐이다. 이로 인해 이 영화를 한편의 부조리극으로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살짝 엿보이기도 하지만 이마저 남자가 의미심장한 독백으로 자기 행동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가능성도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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