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음식 생명체들의 원시 낙원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
2013-11-2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배고픔이라는 문제는 사라지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날 거다. 전작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자. 젊은 괴짜 과학자 플린트는 물을 음식으로 전환하는 음식발명기계를 만들고 하늘로 치솟은 그 기계는 수증기를 빨아들여 지상에 음식을 뿌린다. 플린트가 살고 있는 섬마을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치즈버거, 스테이크, 베이컨 등이 뚝뚝 떨어진다. 처음에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지만 이내 기계는 유명해지려는 플린트의 욕심 탓에 과부하에 걸린다. 음식물들은 점점 커지더니 기어이 스파게티 폭풍 같은 엄청난 재난을 불러온다. 마침내 플린트와 아버지와 친구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는 이상과 같은 1편의 내용을 재빠르게 요약한 뒤에 본편을 시작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은 플린트가 어린 시절 존경했던 유명 과학자 ‘체스터V’다. 플린트는 체스터V가 운영하는 회사 ‘라이브’의 고급 연구원이 되는 것을 꿈꾸지만 체스터V는 도리어 플린트가 만든 기계를 빼앗아갈 욕심을 갖고 있다. 체스터V는 플린트가 살던 그 섬이 사악한 변종 음식 괴물로 뒤덮였다고 거짓말한 뒤 거기에서 기계를 찾아 구해오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아버지와 친구들과 함께 섬에 들어간 플린트는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플린트의 기계가 새로운 음식 생명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모두 착하고 이곳은 지상에서 딱 하나뿐인 음식 생명체들의 원시 낙원이다.

2편에서도 전편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전부 등장한다. 주인공 플린트는 물론이고 그의 친구이자 애인인 기상 캐스터 샘 스팍스, 그녀와 함께하는 미스터리한 카메라맨 매니, 마을의 건장하고 순박한 경찰 얼, 어린 시절에는 마을의 마스코트였으나 커서는 그냥 착하고 덩치 큰 백수가 된 브렌트, 플린트의 원숭이 스티브, 그리고 뚝심 있는 아버지까지. 여기에 덧붙여지는 캐릭터들이 2편의 히든카드다. 음식은 음식인데 살아있는 생명체들, 가령 꼬마 딸기, 수박 코끼리, 고래 샌드위치, 햄버거 거미, 바나나 타조 등등. 1편에서의 음식들이 마침내 극복해야 할 무서운 재난으로 변모했다면 2편에서의 음식들은 원시림에 살아가는 귀중한 자연이자 생명들로 변모하였다. 지키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것들이 된 것이다. 1편을 뒤집은 아이디어, ‘지상에서 음식이 태어난다면’이라는 그 귀여운 역발상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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