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때 조금만 더 손을 내밀었다면 달라졌을까 <꽃잎, 춤>
2013-11-20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누구에게나 마음을 짓누르는 존재들이 있다. 그때 조금만 더 손을 내밀었다면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이들. 그들은 때때로 구조요청을 보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삶은 버겁기 마련이어서 우리는 그 구조요청을 듣고도 모른 척하기도 한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그렇게 놓친 조난신호가 그 사람이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좋아해>에서 미묘한 감정의 섬세한 떨림까지 포착했던 이시카와 히로시의 신작 <꽃잎, 춤>은 친구의 조난신호를 무심하게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고 자책하는 청춘의 불안감과 죄의식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징코(미야자키 아오이)와 모토코(안도 사쿠라)는 어느 날 친구 미키(후키이시 가즈에)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된다. 하라키(구쓰나 시오리)에게도 갑자기 사라져버린 친구가 있다. 하라키는 그 친구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 쓸쓸했던 뒷모습이 문득 떠오를 때면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이라며 작은 목소리로 기원한다. 도서관에서 ‘자살’에 관한 책을 찾는 하라키를 안내해줬던 징코는 하라키가 미키와 같은 선택을 할까봐 염려스러워하다가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우연 때문에 미키를 찾아가는 징코와 모토코의 여행에 함께하게 된 하라키는 연락이 닿지 않는 자신의 친구를 떠올리며 그들과 교감한다.

이 영화에는 바람을 타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바람은 차고 매섭지만 글라이더와 갈매기는 그 바람 때문에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미키가 몸을 던졌던 바다를 마주보고 선 네 여자들이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꽃잎처럼 흔들리는 모습은 바람은 맞서 싸울 때는 시련이 되지만 힘을 빼고 몸을 맡기면 더 성숙한 삶의 지평으로 훌쩍 데려다준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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