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돌아온 영웅, <콜래트럴 데미지>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2002-02-20
5년 뒤면 환갑입니다. 그래도 `I`ll be back`

1월25일 로스앤젤레스 포시즌 호텔에서 <콜래트럴 데미지>의 홍보를 위해 인터뷰에 참석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만났다. 엄청난 거구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아놀드는 보통 사람보다 약간 큰 키에 환한 미소를 띈 사람이었다. 본인도 스스로 흉내내며 웃음거리를 만드는 오스트리아 액센트가 섞인 영어 발음과 약간은 둔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놀드 슈워제네겁니다. 이번엔 무슨 영화냐고요? 에이 잘 아시면서…. 네, 또 액션영화입니다. 이번엔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방관이 되어 마천루 테러사태로 억울하게 죽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콜롬비아까지 날아가 테러리스트들을 혼내주는 역할이죠. 많이 들어보셨잖아요. 9월11일 뉴욕테러 사태가 나자마자 개봉이 연기된 그 영화 말입니다. 네, <콜래트럴 데미지>요. 에, Collateral은 사전을 찾아보시면 ‘부차적인’ 뭐 그런 뜻이고, Damage는 ‘손상, 피해’ 이런 뜻인 거는 잘 아실 테고요. 그러니까 제목이 뜻하는 바는 이를테면 테러리스트들이나 그들을 응징하는 사람들의 거창한 대의명분 아래 억울하고 무고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겁니다.

지겹다고요? 이제 그런 거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요? 글쎄요. 물론 제가 액션영화를 많이 해왔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리고 최근 들어 <배트맨과 로빈> <엔드 오브 데이즈> 로 악평만을 들어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할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사실 관객 여러분, 솔직히 얘기해서 아무리 평단에서 죽을 쑨 영화라 하더라도 제 얼굴이 담긴 영화 포스터를 보고 웬만한 다른 영화보다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 영화매표구로 향했던 경험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제가 그런 선택에 대해서 큰 실망을 시켜드리지 않았다는 것도 자신하고요. 네,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테러사태를 일으킨 모든 원인이 저같은 사람이 만드는 액션영화에 있는 것처럼 비난을 해도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런 액션영화들이 담당하는 역할들이 분명히 있다고요. 세상의 한 부분은 늘 폭력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그걸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 한 폭력을 담은 영화는 만들어질 거고요. 이런 종류의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은 늘 존재해왔고 그들을 위한 영화가 필요하다면,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그런 관객을 위해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제가 주변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출마하라는 권유를 계속해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5년 동안은 영화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로저 에버트라는 평론가는 쏟아지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전형적인 아놀드 영화”라며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어줬죠. 저도 관객이 그렇게 봐주기를 바랍니다. 이제 아놀드 영화는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할 하나의 틀이고 그 속에서 얼마나 발전하고 있나 하는 걸 봐주는 거 말입니다. 이번 영화에선요, 다른 테러영화와는 달리 무고한 희생자와 평범한 소방관이 영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테러리즘의 복잡다양한 여파에 대한 심각한 눈길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뉴욕사태만 해도 그렇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니 부시니 전쟁이니 뭐니 하지만 그것의 ‘컬래트럴 데미지’에 대해선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들을 하고 있나요. 말이 난 김에 테러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요. 오사마 빈 라덴이니 테러리스트들 하며 우리는 단순히 범주화시켜서 그들을 미워하기만 하지만요, 그 사람들의 하나하나 인생과 생활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무엇이 테러를 만들고 테러리스트를 만드는가, 이건 아주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문제며 함께 생각해봐야 하는 겁니다.

아, 너무 심각해졌나요. 사실 이런 따분한 얘기보단 언제 <터미네이터3>를 볼 수 있냐, 이런 게 궁금하실 텐데. 네, 저 <터미네이터3>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없고, 린다 해밀턴도 없지만, 혼자서라도 합니다. 4월부터 촬영을 할 거고요, 9월엔 <트루 라이즈> 속편도 찍을 겁니다.

쉰도 지나고 이제 5년만 더 있으면 환갑이 될 나이지만, 그래도 합니다. 스크린 속에서 주름살을 발견하시는 관객이 약간 실망하실지 모르지만 저 이래봬도 체중도 하나도 안 불었고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97년 심장수술을 하고 난 뒤에 오히려 조심해선지 몸이 더 좋아진 거 같아요. 얼마 전에 난 오토바이 사고 같은 걸로야 꿈쩍도 안 하고요. 다만 걱정이 있다면 젊었을 때보다 인내력이 줄었다는 겁니다. SF 찍으려면 워낙 몸에 붙이는 장치들이 많지 않습니까. 지난번 <배트맨과 로빈> 할 때는 한번 촬영할 때마다 다섯 시간씩 분장을 해야 했는데, 젊었을 때랑은 달리 그걸 참아내기가 영 힘들더군요. 터미네이터로 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하지만 여러분 무려 12년 만에 만나는 <터미네이터>와 8년 만의 <트루 라이즈>라, 설레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 설레는 관객을 생각하며 제가 설레고, 그래서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제 몸이 허락하는 한, 전 영원히 “아일 비 백”(I’ll be back)입니다.

글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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