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
[digital cable VOD] 클래식 막장 vs 재즈 막장
2013-11-27
글 : 이화정
엉망진창 소동극 속에 보석 같은 결말을 내려주는 영화 2편

<마지막 4중주> 감독 야론 질버먼 /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크리스토퍼 워컨, 캐서린 키너, 마크 이바니어, 이모겐 푸츠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우디 앨런, 드루 배리모어, 루카스 하스, 골디 혼

25년간 세계를 돌며 명성을 쌓아온 현악 4중주단 ‘푸가’. 팀의 리더인 피터(크리스토퍼 워컨)를 비롯한 네 연주자들에게 공연은 가장 우선 순위였다. 스승과 제자, 부부, 옛 연인, 친구로 묶인 이들의 삶은 언제나 ‘최상의 연주’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왔다. 그러나 팀내 정신적인 지주인 피터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갈등의 파고가 푸가를 덮친다. 제2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버트(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피터의 자리를 탐내지만 푸가의 일원인 아내 줄리엣(캐서린 키너)의 반대에 부딪친다. 홧김에 로버트는 딴 여자와 외도를 하게 되고, 이들 부부는 파국의 길로 들어선다. <마지막 4중주>의 ‘막장’ 연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줄리엣은 한때 연인 사이였던 제 1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게 되면서, 이들의 불협화음은 어지럽게 계속된다.

클래식의 우아한 선율 아래서 펼쳐지는 <마지막 4중주>식 막장은 어딘지 모르게 우디 앨런의 ‘혼란’과 닮아 있다. 배경음악을 클래식이 아니라 재즈로 바꾼다면, 아마도 콩가루 집안의 표본이랄 수 있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가 펼쳐질 것이다. 소녀 디제이(나타샤 리온)의 눈으로 이 콩가루 집구석을 살핀다면 대략 이렇다. 엄마는 아빠의 친구와 결혼했고, 애인에게 실연당한 아빠는 다시 찾아와 소동을 벌이며, 언니는 착실한 약혼자 대신 가석방된 흉악범과 결혼하겠다고 아우성이다. 피는 못 속인다고, 디제이 역시 베니스의 뱃사공과 첫눈에 반해 연애모드로 돌입한다. 코믹함을 가미한 뮤지컬 영화라는 형식 덕에 뉴욕의 꽤 잘나가는 중산층 가족의 이 복잡하고 기막힌 연애사가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진다. 두 영화 모두 요란한 소동 속에서 보석같이 아름다운 결말을 내려주는데, <마지막 4중주>의 마지막 연주와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의 마지막 댄스는 결코 놓쳐선 안 된다. 때로 엉망진창의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살아봐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일러주는 결말이다.

<붉은 가족> 감독 이주형 / 출연 정우, 김유미, 손병호, 박소영
행복하게 위장한 겉모습과 달리 위험한 비밀 활동으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고정간첩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기덕 감독이 제작, 각본에 참여했으며 한국의 분단 상황을 김기덕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풍산개>와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다. <응답하라 1994>로 인기몰이 중인 정우가 투철한 혁명전사 아내를 둔 마음 약한 남편으로 출연한다.

<데이 앤 나이트> 감독 사빈느 데르플링거 / 출연 안나 로트, 막달레나 크론슐레거, 마누엘 루비
자유분방한 여대생 리아와 한나의 이중생활. 비엔나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된 두 여대생은 용돈벌이를 하고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매춘 알선 업소를 찾는다. 원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이 능숙해질수록 도덕심과 수치심은 옅어진다. 오스트리아 여성 감독 사빈느 데르플링거의 작품으로, 매춘을 여성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야관문: 욕망의 꽃> 감독 임경수 / 출연 강신성일, 배슬기, 유태웅
암투병 중인 70대 노인의 자살, 그의 재산을 상속받은 젊은 간병인 여자. 삼류잡지사 기자가 파헤치는 미스터리 멜로물. 평생 교직에 몸담다 교장으로 퇴임한 암 말기 환자 종섭(강신성일)과 그를 간병하기 위해 찾아온 젊고 아름다운 간병인 연화(배슬기) 사이의 욕망과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강신성일이 영화 <증발>(1994) 이후 20년 만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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