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신작 애니는 오히려 보지 않는다”
2013-11-28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난 가와모리 쇼지

<에스카플로네> 원안, <사이버 포뮬러>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의 메커닉 디자인으로 유명한 가와모리 쇼지는 변신로봇 디자인의 일인자다. 특히 그는 기존 로봇 디자인과 개념을 달리했던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변형 기체 ‘발키리’를 선보이며 일본 메커닉 디자인 역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디자인은 물론 원안, 각본, 콘티, 연출까지 애니메이션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 중인데, 개봉 준비 중인 <극장판 쥬로링 동물탐정>의 원안자가 가와모리 쇼지라는 사실만 봐도 그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마스터클래스로 한국을 방문한 그에게 메커닉 디자이너로서, 나아가 애니메이터로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변신로봇의 아버지로 불린다. <트랜스포머>도 당신 손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과분한 별명이다. 완구회사 다카라와 함께 변신로봇 시리즈 ‘다이아크론’을 만들었고 그게 하스브로사를 통해 ‘트랜스포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변신로봇은 나 이전에도 쭉 있었지만 <마크로스> 시리즈가 이걸 좀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구현한 덕분에 그렇게 봐주는 것 같다.

-<마크로스> <에스카플로네> 등의 디자인을 보면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매끈한 기계 곳곳에 생태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것도 같고.
=리얼리티가 중심인 건 사실이다. 가령 발키리의 경우 로봇에서 출발해서 비행기가 된 게 아니라 비행기 디자인을 파고들다가 로봇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변신을 한다고 해서 물리적인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대전제로 해서 되도록 실현 가능한 영역에서 디자인한다. 어릴 적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길 좋아했는데 최근에 올챙이 뒷다리가 나오는 게 발키리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무의식중에 그런 식으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원래 꿈은 우주공학 엔지니어였다고 하던데.
=초등학생 때 TV에서 아폴호 11호를 보곤 충격을 받았다. 왜 내가 저걸 먼저 하지 못했을까 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수학을 못해 꿈을 접었다. (웃음) 우주를 좋아한다. 사실 로봇보다도 직접 타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비행기, 차, 우주선까지. 로봇을 디자인할 때도 ‘사람 모양을 본뜬 것’이 기본의 대세였다면 ‘사람이 탈 수 있는 것’을 중심에 놓고 상상한다. 솔직히 인간 같은 로봇은 인간 크기 이상이라면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장난감 블록을 활용해서 메커닉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작업 방식이 화제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블록 장난감을 즐겨 가지고 놀았다. 그림은 약해도 조립에는 자신 있었다. (웃음) 발키리를 만들 땐 비행기 모형을 만들어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이게 이렇게 꺾이는구나 하면서 하나씩 수정해가며 작업했다. 스케치를 하고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을 사진으로 찍어 그걸 토대로 정확한 비례를 잡아나가는 식이다. 예전에는 종이를 오려 직접 변형로봇을 만들며 놀았는데 요즘에는 자체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블록 장난감을 활용한다.

-다른 작품 중 특별히 좋아하거나 영향을 받은 메커닉 디자인이 있나.
=가능하면 업계 안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애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최근 애니메이션은 되도록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조언하고 싶다. 만약 참고하는 것이 있다면 자동차 디자인이라든지 비행기가 어떻게 중력의 제약을 극복하는지 등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관찰한다.

-반대로 당신의 메커닉 디자인은 이후 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영향을 끼쳤는데.
=사실 너무 비슷해서 뭐가 오리지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기왕 참조할 거라면 다른 요소라도 조금 더해줄 것이지. (웃음) 제작, 디자인, 원작, 연출, 기획 어떤 분야에 있건 중요한 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는 거다. 스스로 애니메이터라고 여긴다면 오리지널리티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작업을 하다가 새로운 게 떠오르지 않으면 다른 영역의 작업을 해본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역할에 관계없이 그 순간이 가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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