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머리만 좋은 녀석들은 열심히 하는 녀석들을 당할 수 없고 열심히 하는 녀석들은 즐기면서 하는 녀석들을 당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네 친구는 바로 ‘즐기면서 하는 녀석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학업을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다가 아르바이트로는 도저히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진실을 목도하고 망연자실해지는 순간 네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훌쩍 떠나는 무모한 선택을 한다. 학점과 스펙을 위해 목숨을 걸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지금의 쾌락을 무기한 연기하는 여느 이십대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택한 것이다. 게다가 아끼고 아껴도 부족한 여비를 앞에 두고 그들은 ‘무전여행’ 혹은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돈을 벌며 무전취식하자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운다. 영화과 중퇴생들 주제에 호스텔, 레스토랑 홍보 영상을 찍어주고 숙식을 해결하고 최후엔 자신들이 선택한 신예 뮤지션 뮤직비디오까지 한편 찍어준다는 1년간의 유럽 체류 계획은 처음엔 그냥 방 안에서 낄낄거리며 던지는 농담처럼 들렸다.
당연히 현실은 냉혹했고 아무도 그들이 찍어주는 홍보 영상을 원하지 않았다. 겁이 날 정도로 무식하게 히치하이킹을 하며 프랑스를 횡단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길에 현실감각 있는 선배들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그래도 남은 네 청년은 꼬질꼬질함을 자조하며 농담하고 불편함을 오히려 재밌어한다. 그게 이 ‘잉여’들이 가진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영화를 보면 씁쓸했던 것은 그들이 한글로 메일을 썼을 땐 밥 한끼와 잠자리를 기부받았지만 영어로 메일을 보내자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일감은 다른 숙식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들은 유럽 호스텔 PR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다. 잉여들의 농담이 열혈청년들의 진담으로 변모되어가는 과정은 웬만한 극영화보다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잉여’들의 여행담은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노동으로 학비를 충당할 수 없었던 여행의 출발점은 현재 고등교육이 가속시키고 있는 계층 분화를 실감하게 하고, 한글 편지에 대한 계속되는 거절은 스펙 없는 청춘에게 폐쇄적인 노동구조의 경직성을 생각하게 한다. 아픈 청춘을 진짜로 웃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일회적으로 베풀어지는 동정이나 배려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착취가 아니라 경력이나 스펙이 아닌 노력의 결과에 대해 지불되는 정당한 보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