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선과 악을 넘나드는 안티히어로 <리딕>
2013-11-27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지금부터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름 모를 행성에 홀로 남아 내 안의 거친 본능을 다시 깨울 것이다.” 9년 만에 돌아온 <리딕>은 재빠르게 전편들을 한 바퀴 빙 돈 뒤 <에일리언 2020>과 같은 시공간적 설정 위에서 시리즈의 리부팅을 시도한다. 전 우주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이자 영웅인 리딕(빈 디젤)은 네크로몬거들의 계략에 속아 또 이름 모를 행성에 떨어진 상태다. 죽음의 땅에서 에일리언들의 습격을 피해 겨우 생존에 성공한 그는 다가오는 폭풍에 대비해 탈출로를 만들고자 자신의 목을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그곳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들과 그들로부터 우주선을 빼앗으려는 리딕의 싸움은 하염없이 계속되고, 결국 어둠을 타고 출몰한 에일리언의 공격에 모두가 노출되게 된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리딕이란 고유한 안티히어로의 존재감이고, 다른 하나는 괴수영화와 SF, 호러, 액션 등을 결합한 복합장르가 선사하는 다양한 쾌감이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도 평이한 수준에 머무를 뿐, B급영화 팬들을 불러모았던 오리지널편의 상상력을 넘보지는 못한다. 빈 디젤의 육체 그 자체가 하나의 인장인 캐릭터 리딕은 이 영화에서 몸의 액션에 주력하기보다 도덕적 우위를 담당하느라 점잔을 뺀다.

하이에나처럼 생긴 포악한 개를 길들여 데리고 다니는 그는 “공정한 거래”를 선호하며 인간들과의 육탄전을 필요 이하로 유지한다. 거기다 후반 30분, 에일리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낮 신이라는 점도 복병이다. 특히 리딕과 현상금 사냥꾼들이 기약없이 대치하는 중반부는 캐릭터만 많을 뿐 어떤 장르적 긴장감도 확보하지 못한 채 심심하게 진행된다. 역사 깊은 전사의 실망스러운 컴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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