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 <두부요괴>
2013-11-27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인간의 두려움이 드러날 때 나타나는 요괴, 요괴의 임무 중 하나는 인간이 그들을 무서워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부 요괴 데마에(후카다 교코)는 몸의 반을 차지하는 큰 머리와 짧은 팔다리에 엄마가 준 두부를 항상 들고 있다. 데마에는 귀여운 외모 때문에 인간을 놀라게 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요괴들의 우두머리인 데마에의 아버지는 그런 데마에를 나무란다. 데마에는 화만 내는 아버지 곁을 떠나 스승인 달마(다케다 데쓰야)와 함께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러나 데마에와 달마는 너구리의 꾐에 빠져 오두막에 갇힌다. 200년이 지난 현대, 데마에와 달마는 포클레인이 오두막을 부숴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영화 속 요괴의 캐릭터들은 다양하고 재밌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무섭지 않고 아기자기한 친근감을 준다. 데마에와 달마를 비롯한 요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그들의 캐릭터와 더불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서사의 전개 또한 빠르고 명쾌하며 영화가 말하려는 바도 명확하다. 요괴는 자연을 상징한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연은 함께 공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요괴와 힘을 다투는 너구리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두려움이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요괴는 사라졌고 너구리만 득실댄다. 하지만 거대한 태풍이 찾아오고 인간은 자신이 만든 기계로 태풍을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실패하고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자 요괴들도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연은 인간을 파괴하는 존재가 아니다. 바로 거기에 데마에의 존재 이유가 있다. 데마에의 역할은 인간을 살리는 일이다. 가장 힘센 자연의 아들인 데마에는 결국 인간을 살리는 자연인 것이다. 영화는 자연을 파괴하려는 인간과 한없이 커지기만 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경고한다. 그리고 더이상 자만하지 말고 잃어버린 두려움과 겸손을 찾고 자연과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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