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어느 날, 안드로이드 Q1은 하루(호소야 요시마사)로 변한다. 쿠루미(히카사 요코)와 언제나 함께하던 하루가 세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 뒤로 쿠루미는 더이상 울지 않게 되었고, 웃지 않게 되었으며, 잠도 자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쿠루미에게 삶의 의미를 떠올려주기 위해, 로봇은 하루로 변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이후 쿠루미는 로봇 하루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하지만 사실 그녀와 하루 사이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어느 날 하루의 친구였던 류(미야노 마모루)가 나타나면서 그 사실이 밝혀지고, 모두는 혼란에 빠진다.
가까운 미래의 교토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하루>는 마키하라 료타로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슬픔이나 괴로움, 행복과 같은 정서적 특질들을 인간만의 것이라고 확정짓지 않는다. 때문에 자연이나 사물, 캐릭터가 머무는 공간 등에 감정의 무게가 실린다. 그 풋풋한 정서적 색채가 흡사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늑대아이>를 떠오르게 만든다. 혹자는 마키하라 료타로를 ‘제2의 호소다 마모루’라 부른다. 하지만 분명 그에게는 자신만의 연출적 특성이 있다. 소재의 판타지적 특성을 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루>의 작화에는 현실적 장치들이 적극 도입됐다. 예를 들어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교토의 기온 축제’가 스토리의 반전에 대한 기점으로 활용되어 매우 사실적 모습으로 기록된다. 아오이바시의 둑방길 또한 현실 속 모습과 유사하게 영화에 드러난다. 이러한 사실적 배경들이 정서적 터치의 그림체와 만나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미래적 요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TV판 애니메이션 시리즈 <진격의 거인>을 제작한 WIT STUDIO가 완성한 첫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로봇 활용은 판타지적 성향이라기보다 ‘미래 성향’이라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