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과 용서의 종교적 메시지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
2013-11-2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이야기는 스페인 내전 중에 태어난 저널리스트 로버트(더그레이 스콧)가 호세마리아 신부(찰리 콕스)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시작된다. 아버지 마놀로(웨스 벤틀리)와 호세마리아 신부가 어릴 적 친구라는 걸 알게 된 로버트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과거사에 대해 듣는다. 전말은 이렇다. 호세마리아와 마놀로는 유년기를 함께 보냈지만 스페인 내전을 전후로 전혀 다른 길을 간다. 호세마리아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신부의 길을 걷고, 파시스트였던 마놀로는 스파이로 혁명군에 들어간다. 민병대를 피해 도망치면서도 모든 걸 포용하는 하느님의 큰 사랑을 확신하는 호세마리아와 달리 마놀로는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혁명군 오리올(로드리고 산토로)의 연인 일디코(올가 쿠릴렌코)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거부당한 마놀로는 임신한 그녀를 배신자로 내몬다. 그 충격으로 오리올은 죽음을 택하고 마놀로는 독재에 투항하기보다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일디코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야 만다.

<호세마리아 신부의 길>의 인물 관계도의 중심에는 마놀로가 있다. 이를 가운데 두고 영화는 사랑과 용서를 깨닫는 호세마리아를 통해 종교적 메시지로 나아간다. 죽음 직전에 마놀로는 호세마리아가 남긴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전개가 흥미롭지는 않다. 반듯한 호세마리아와 질투심 많은 마놀로처럼 확실한 인물 대비로 초반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충분히 예상된다. 마놀로가 일디코와 오리올 사이에서 태어난 로버트를 키우며 생의 마지막에서야 로버트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설정만 봐도 그렇다. 스케일만 커졌을 뿐 너무나도 익숙한 ‘출생의 비밀’ 스토리의 한 장면을 다시 보고 있다는 인상이다. 전쟁 속에서의 용서라는 테마를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킬링 필드>만큼 강렬하지도, <미션>만큼 아름답지도 않은 롤랑 조페의 아쉬운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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