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판타지 공간과 SF 공간의 이질적인 조합 <산타의 매직 크리스탈>
2013-11-27
글 : 김보연 (객원기자)

고아원에서 원장의 구박을 받으며 지내는 요탄(하하)은 착한 마음씨와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어느 날, 요탄은 하늘을 나는 썰매를 타고 등장한 바질에게 납치당해 산타의 성으로 끌려간다. 산타클로스의 쌍둥이 동생인 바질이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요탄을 이용해 형의 매직 크리스털을 빼앗으려 한 것이다. 결국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은 바질은 자기 마음대로 크리스마스를 바꾸려 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악당을 도운 요탄은 말하는 다람쥐 지피, 번개의 힘을 쓰는 요정 자가, 썰매 운전사 포로 등과 힘을 모은다. 요탄은 과연 악당으로부터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를 구해낼 수 있을까.

우리에게 아직 낯선 핀란드 애니메이션인 <산타의 매직 크리스탈>은 흥미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다양한 인물과 사건의 충돌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이 영화 속의 세계는 마법을 쓰는 요정과 최첨단 과학 기술로 움직이는 로봇이 싸움을 벌이는 곳으로, ‘마법의 별’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으며 광선총을 쏴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할 수도 있는 곳이다. 이처럼 눈으로 가득한 판타지 공간과 용암이 펄펄 끓는 SF 공간이 한 화면 안에 펼쳐지는 이질적인 조합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낯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우리 눈에 익숙한 미끈하게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들은 찾아보기 힘들며, 인물들의 표정을 구현하는 이 영화만의 색다른 방식은 기묘한 느낌마저 준다. 또한 사슴 털이나 산타클로스의 수염을 재현하는 기술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요소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채 뒤섞여 있는 이 세계에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앞서 언급한 것들은 <산타의 매직 크리스탈>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만들 수 있는 상상의 세계에는 정답이 없음을 새삼스레 알려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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