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최대 명절인 디왈리 시즌(11월3~5일)에 맞춰 개봉한 발리우드 히어로물 <크리시3>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일찍이 인도 대서사시의 신과 영웅, 그리고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의 초인적인 일대기를 다룬 영화는 많다. 그러나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으로 대변되는 할리우드의 ‘맨’들에 비견할 만한 발리우드판 히어로의 등장과 성공은 흥미롭다. 2003년 처음 등장한 <크리시> 시리즈는 현재 상영 중인 <크리시3>에 이르러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히어로물로 자리잡았고, 발리우드 역대 최고의 인도 국내 극장 수익을 경신하며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 다크 월드>를 흥행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크리시3>의 흥행 원인을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없는 인도만의 영웅 캐릭터를 내세웠다는 데서 찾는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과의 교류로 천재적인 능력을 갖게 된 크리슈나(히리티크 로샨)의 아버지는 세상에 이용당한 채 배신당하고 살해된다. 그런 아버지에게서 초인적인 능력을 물려받은 크리슈나는 그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한 여인(프리얀카 초프라)을 만나면서 바깥세상으로 나서게 되고, 영웅 크리시로서의 자아를 찾게 된다. 이 영화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부분은 초인적인 능력을 통한 권선징악보다는 영웅이 된 주인공의 고뇌와 절제에 있다. 힘을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지 않는 것이 <크리시3>에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금욕의 미덕을 추앙하는 인도인의 종교, 사상 그리고 문화와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크리시3>는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줄거리와 캐릭터, 화려한 특수효과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며 할리우드영화 <E.T.>와 스파이더맨의 성장 배경, 배트맨의 액션이 연상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크리시> 시리즈는 인도에서 당분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발리우드만의 히어로 캐릭터가 가진 상징성과 고유성 그리고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크리슈나는 인도 삼신일체 사상 속 유지의 신 비슈누의 여러 화신 중 하나로 인도 대서사시 <마하바라다>의 영웅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트리니티처럼 가죽코트를 입은 크리시가 앞으로 어떠한 발리우드 히어로의 미래를 그려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