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볼 기회 <어바웃 타임>
2013-12-04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현재의 삶이 달라질까? <어바웃 타임>은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알려준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들어가 있지만 SF가 아니라 사랑과 성장의 드라마다. <러브 액츄얼리>(2003)로 데뷔한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각본을 썼다. 이런 목록을 참고하면 <어바웃 타임>이 어떤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잘 만들어진 워킹타이틀표 로맨틱 코미디다.

21살이 된 팀(돔놀 글리슨)은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대로 이 가문 남자들은 성년이 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인데 그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두운 곳에 들어가 두 주먹을 꼭 쥐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면 되는 것이다. 팀의 아버지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있지만 역사를 되돌리거나 여신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일러준다. 자신이 경험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뿐이다. 제대로 연애를 해보지 못한 팀은 첫 시간여행지로 불과 얼마 전 참석했던 송년파티를 선택한다. 쭈뼛거리다 새해맞이 키스도 제대로 못했던 팀은 다시 기회가 주어지자 세련되게 파티를 마무리한다. 첫 번째 시도로 시간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 팀은 첫사랑과 재회하기로 마음먹는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되면 처음보다 훨씬 능숙하게 처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삶은 복잡한 것이어서 단 한 가지의 변화로 전체가 달라질 수는 없다. 팀도 첫사랑을 다시 만나지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는다. 고향 콘월을 떠나 런던의 로펌에 취직한 팀은 메리(레이첼 맥애덤스)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팀은 시간여행을 십분 활용하여 메리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시간이 흘러 팀이 메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 우연히 첫사랑과 조우한다. 팀은 잠시 흔들렸지만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환상이고, 역설적으로 현재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어바웃 타임>의 시간여행에는 규칙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전 시간으로는 갈 수 없는 것 등이다. 이런 규칙은 물론 시간여행 자체도 현재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설정이다. 팀은 시간여행 선배인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같은 날을 두번 살아본다. 첫날에는 모든 게 짜증스럽고 힘들었지만 두 번째 반복하자 여유가 생기고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시간여행을 할 신비한 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어바웃 타임>을 통해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영화 곳곳에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배치해놓아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