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녀가 성장해가는 세상 <영 앤 뷰티풀>
2013-12-04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가족, 성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데뷔작 <시트콤>(1998)부터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불편한 이야기를 자기 스타일대로 해왔다. <영 앤 뷰티풀>도 한 소녀의 성장담을 그리지만 아름답거나 편안하지 않다. 17살 이자벨(마린 바스크)은 가족들과 떠난 바닷가 여름 휴양지에서 잘생긴 독일 청년 펠릭스를 만난다. 그와 첫 경험을 한 이자벨은 휴가가 끝나자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이자벨에게 펠릭스는 통과의례를 위해 스쳐가는 인연에 불과했다. 낮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생활하는 이자벨은 밤이면 레아라는 이름으로 매춘을 한다. 자신의 음란동영상을 올려놓고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면 만나는 방식이다. 엄마 블라우스를 몰래 입고 짙은 립스틱을 칠한 이자벨은 20살 소르본 학생이라고 고객들을 속인다. 화대로 받은 돈은 옷장 속 지갑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이자벨은 노신사 조지와 여러 차례 만나고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어느 날 조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자벨의 행각은 가족들에게 알려진다. 아직 미성년인 이자벨은 오히려 피해자 신분이 되어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서에 불려간 이자벨은 자세한 진술을 해야 했고 정신과 상담도 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이자벨은 모든 게 재미있었고 게임 같았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이자벨의 매춘 동기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자벨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고 집안 분위기도 개방적이다. 새아빠와 살고 있지만 관계가 나쁘지 않다. 성적인 호기심이나 일탈심리 등 성장기에 겪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혼돈을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평범한 답변이다. 상투적인 해석일 뿐이다. 이자벨은 엄마가 친구 남편과 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데 이런 것도 직접적인 동기라 할 수 없다. <영 앤 뷰티풀>에는 돈에 대한 언급이 많다. 이자벨이 받는 화대는 300유로, 생부에게 1년에 두어번 받는 용돈은 500유로, 베이비시터를 했을 때는 60유로를 받는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이자벨이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다. 원조교제로 받은 돈으로 명품 가방을 사는 친구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자벨은 단지 돈을 모아둘 뿐이다. 영화는 이자벨의 내면을 보여주지 않지만 그녀가 성장해가는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어른들은 성을 매수하면서 아무 일 없는 듯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네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각기 여름, 가을, 겨울, 봄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이자벨의 성장은 뜨겁고 무모한 여름에서 시작하여 생명이 움트는 봄에 일단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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