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보안 전문가가 자신이 설계한 감옥에 갇힌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레이(실베스터 스탤론)는 7년 동안 14번이나 탈옥에 성공한 ‘탈옥 전문가’로서 교도소에 일부러 갇힌 다음 탈옥이 가능한지 직접 시험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런 그에게 CIA가 찾아와 최근 비밀리에 설계한 특별 교도소를 ‘테스트’해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레이는 최첨단 보안 장비를 갖춘 교도소로 들어가지만 첫날부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교도소장 홉스(제임스 카비젤)를 포함한 간수들이 그를 정말 죄수로 여기는 것이다. 혼란에 빠진 그에게 비밀에 싸인 죄수 에밀(아놀드 슈워제네거)이 다가오고, 두 사람은 힘을 모아 사상 최악의 교도소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1408> <상하이> 등을 만든 미카엘 하프스트롬이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만든 탈옥영화 <이스케이프 플랜>은 존재만으로도 무게감을 주는 두 배우의 콤비 연기와 최첨단 감옥에서의 탈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관심을 끈다. 특히 세부적인 설정과 영화적 허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첫 번째 탈옥 시퀀스와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감옥의 모습은 첫 30분 동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하지만 제아무리 흥미로운 설정을 가져오더라도 어느 시점부터는, 특히 탈옥영화에서는 개연성과 디테일이 중요해지기 마련인데 <이스케이프 플랜>은 이 지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즉 행운은 결정적인 순간에 어김없이 주인공을 도와주며 간수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어김없이 멍청해지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꾀병을 부리는 레이가 의사와 자유롭게 탈옥 계획을 짜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나올 정도이다. 결국 남는 건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두 액션 스타의 기관총 액션인데, 이때쯤 되면 이 영화의 정체성에 혼란이 느껴진다. 좋은 배우와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