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감춰진 사람들의 과거사 <컴퍼니 유 킵>
2013-12-04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과격한 반전단체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미시간 은행 강도 사건을 벌인다. FBI가 오랫동안 그들을 추격하는데, 사건을 벌인 지 30년 만에 신분을 숨기고 평범한 주부로 살던 샤론 솔라즈(수잔 서랜던)가 체포된다. 샤론의 체포 이후 평안하던 사람들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뉴욕주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는 짐 그랜트(로버트 레드퍼드)의 삶이 가장 엉망이 된다. 그의 본명은 닉 슬론으로, 샤론의 공범인 살인용의자로 알려져 있다. 실상이 밝혀지자 짐은 11살 딸 이자벨마저 내버려둔 채 어딘가로 도주한다. 언론사 기자 벤 셰퍼드(샤이어 라버프)가 그런 짐을 뒤쫓는다. 벤은 철저하게 감춰진 사람들의 과거사를 파헤치는데, 알고 보니 미미 로리(줄리 크리스티)란 여인에게 사건의 열쇠가 쥐여 있다.

<컴퍼니 유 킵>은 2003년에 발표된 닐 고든의 소설을 각색한, 로버트 레드퍼드의 아홉 번째 장편영화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감독의 전작 <음모자>(2009)가 떠오른다. 과거의 결정에 대해 도덕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영화 속 대사처럼 어떤 일들은 종종 명확하지 않다. 전쟁의 시기에 평범한 이들마저 거리로 뛰쳐나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막지 못했다. 당시엔 정부를 저지하는 것이 무조건 정의라 여겨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 가담자들도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영화는 이러한 자가당착이 어쩌면 테러리스트들의 자기 정당화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드라마의 양면성은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힘을 얻는다. 실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역할을 맡은 줄리 크리스티를 비롯해 수잔 서랜던, 리처드 젠킨스, 크리스 쿠퍼, 닉 놀테 등의 오스카상 수상자들이 영화를 빛내고 있다. 레드퍼드의 딸 역은 2010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준우승자로 유명해진 재키 에반코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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