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 <코비: 블루 엘리펀트의 전설>
2013-12-04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서쪽 나라 최고의 전사 코끼리 코비는 아내 샤샤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동쪽 나라와의 전쟁을 준비하느라 코비가 가정에 소홀해지자 속이 상한 샤샤는 쌍둥이를 임신한 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2년이 흘러 샤샤는 귀여운 아기 코끼리 토토와 코코를 낳고, 코비는 여전히 샤샤를 그리워하며 나라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동쪽 나라의 갑작스런 기습으로 샤샤와 두 아기 코끼리는 사악한 주술사에게 제물로 잡혀가고, 이 소식을 들은 코비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황제의 명령도 거역하고 동쪽 나라로 홀로 향한다. 코비는 가족의 목숨을 구하고 위기에 빠진 서쪽 나라도 구할 수 있을까.

타이에서 2009년 개봉했던 <코비: 블루 엘리펀트의 전설>은 전작에 해당하는 <블루 엘리펀트>(2008)에 이어 어느새 듬직한 어른 코끼리로 자란 코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코비의 성장기에서 노선을 바꿔 가족의 소중함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영화는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 때문에 가족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코비의 외로움을 부각시키며 가족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가족을 지킬 때에야 비로소 나라도 지킬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의 솜씨는 다소 거친 편이다.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는 코비 때문에 진지해진 분위기를 밝게 바꾸기 위해서였을까, 영화는 거의 열명(마리)이 넘는 조연을 등장시켜 이들에게 각자의 활약상을 부여하느라 이야기와 감정을 부드럽게 잇지 못한다. 아기 코끼리들이 불을 피우기 위해 방귀 경쟁을 벌이는 장면이나 황제 호위군의 우스꽝스러운 활약은 그 자체로는 물론 재미있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감정이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감동적인 메시지를 더 잘 살리기 위해 주인공의 활약에 집중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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