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50대 여성의 일상과 욕망 <글로리아>
2013-12-04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퇴근 뒤 싱글클럽에 들러 어깨너머로 데이트 상대를 물색해보지만 결국 돌아와 홀로 쓸쓸히 화장을 지운다. 운전 중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좋아하는 글로리아(폴리나 가르시아)는 이혼한 지 10여년 되는 50대 후반의 싱글 여성이다.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그녀 홀로 아파트에 기거한다. 그녀는 자신의 정서적이고 성적인 만족을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싱글클럽에서 만난 해군 출신의 로돌포(세르지오 헤르난데스)와 낭만적 데이트를 시작하지만, 글로리아는 과거 가족들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로돌포에게 거듭해서 실망감을 느껴간다.

영화 <글로리아>는 칠레의 산티아고에 사는 중년 여성의 일상과 욕망을 다룬 영화다. 여주인공 글로리아 역을 맡은 폴리나 가르시아는 칠레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이 영화를 통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낭만적 사랑, 열정적 관계, 정서적 신뢰 모두를 원해 행동에 나서는 적극적 여성의 역할을 맡았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롱테이크 장면에서 글로리아가 천천히 일어나 무대로 나가서 신들린 듯 춤을 추며 자신만의 충만함에 빠져드는 장면은 영화의 에너지가 응축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사랑도 필요하지만 그 사랑과 타협할 수 없을 때엔 고독을 인정하며 자존적으로 홀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연애를 시작할 나이에 제한이 없듯, 연애를 끝내기를 결심할 나이에도 제한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의 관습과 완고한 고집에 휘둘리지 않는 글로리아는 자신만의 삶의 기율을 지닌 여성이다. 세바스티안 렐리오의 <글로리아>는 드물게 진지하고도 사실적인 시선으로 중년의 섹슈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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