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상식의 영화이자 진심의 영화 <변호인>
2013-12-18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등기, 세법 전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은 돈 버는 게 억수로 좋은 세속적 인간이다. 고졸 출신에 백도 학벌도 없다는 나름의 열등감을 속물적 사업 수완으로 극복해간다. 성공하기까지 그에게 너무도 가혹한 세계였기에, 바위 같은 세상의 질서를 바꿔보겠다고 데모질하는 학생들이 치기어려 보이기도 한다. 그런 그가 국가보안법 관련 시국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처음엔 이를 정중히 거절하나 폭력과 비상식을 용납할 수 없게 된 그는 적극적으로 사건의 변호인으로 나서게 된다. 영화의 절반은 인간 송우석의 휴먼 스토리에, 이후의 절반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펼쳐지는 다섯 차례의 공판을 다룬 법정 드라마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영화가 소재로 삼은 부림사건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의 회원들은 영장도 없이 잡혀가 불법 감금되어 길게는 2달 동안 구타와 온갖 살인적 고문을 당했다. 80년 광주에 놀란 신군부가 부산지역 사상단속을 위해 조작한 용공사건이었다. 반복되는 공판과정을 통해 관객은 등장인물과 함께 상식과 준법에 대한 상승되는 열망을 공유하게 된다. 법은 편리하고 가까워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에 국가란 무엇보다 국민이다. 영화 속 공안정치가 만들어낸 맹랑한 조작들에 분노하게 되다가도, 낯설지 않은 과거의 모습에 문득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영화 <변호인>은 한 속물 변호사의 회심의 영웅담이 아니다. 법에 충실하려는 한 원칙주의자가 펼치는 진지한 사회물이자 인정 많은 보통 사람이 펼치는 꽤나 몰입도 높은 휴먼 드라마다. 좌우 진영의 프레임에서가 아니라 상식의 논리에서 보자면 상당한 몰입감을 이끄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대중적 만듦새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올해 세 번째 주연작이건만 여전히 신선감을 주는 송강호의 괴물 같은 연기력이 압권이다. <변호인>은 송강호가 씩씩하게 짊어지고 가는 작품이다. 상식의 영화이자 진심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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