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랑 이야기 <로렌스 애니웨이>
2013-12-18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교사 로렌스 알리아(멜빌 포푸)에게는 프레드(쉬잔 클레먼트)라는 세련되고 개성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 남들 눈에 적당히 성공한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로렌스에겐 비밀이 있다. 서른살 생일날 로렌스는 차마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했던 자신의 욕망을 프레드에게 고백한다. 자신의 남성인 육체가 싫다고, 남은 인생은 ‘여자’로 살고 싶다고. 이후 둘 사이의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필연적으로 이끌리지만 물리적 장벽에 고민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담은 영화다. 201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었고,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만 19살에 첫 장편 <나는 엄마를 죽였다>(2009)를 선보인, 캐나다 출신의 자비에 돌란이 어느덧 세 번째 장편영화를 들고 관객과 만난다. 앞선 두편의 영화처럼 이번 작품도 개인적 주제를 탐험한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데뷔작을 촬영할 당시 스탭에게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다. 돌란에게 영화가 ‘제7의 예술’인 이유는, 다른 여섯 예술의 특성을 모두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 의상, 편집’에도 손을 뻗친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앤 프리처드가 통솔했지만 의상이나 스틸 등 디테일한 작업은 감독이 직접 진행했다.

돌란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을 찍으며 유명해진 사진작가 ‘낸 골딘’을 소개하는데, 이번 영화의 미술적 색채는 낸 골딘의 작품과 흡사한 면이 많다. 허세가 더해진 과장된 미장센이 24살 감독의 젊은 치기를 드러내지만, 임계치를 벗어나는 콜라주의 폭풍이 역으로 영화의 최대 장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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