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감독의 유작인 <시바, 인생을 던져>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10년 동안 인도에서 작업한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로 세상에 알려진 감독은 최근 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오랜 세월 인도에 머물렀던 감독의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바, 인생을 던져>는 인도 곳곳을 다니는 로드무비다. 여행 다큐를 찍기 위해 인도에 온 감독 병태(박기덕)와 촬영감독(이정국)은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현지 인도인 코디의 게으른 태도에 화가 난 두 사람은 그를 해고해버린다. 멋진 다큐를 찍으려는 병태의 야심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난다. 촬영감독이 강도에게 납치되어 카메라를 뺏기는 사건도 발생한다. 극적으로 사건이 해결되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이어진다. 영화는 인도를 여행하는 네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병태와 촬영감독이 인도를 돌아다니는 중 계속 마주치는 한나(수현)와 순영(이미라)은 삶의 위로를 찾고자 인도로 여행 온 여성들이다.
한나는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는 20대 아가씨로 그녀에게 인도는 현실 도피처다. 가정폭력에 찌들어 있던 아줌마 순영에게 인도는 자신감과 자아를 되찾을 구원의 장소다. 인도에서 시바는 파괴의 여신으로, 파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도인들은 갠지스 강이 신이 내려준 물줄기로 만들어진 강이라고 믿는다. 하늘의 강 일부가 시바의 몸을 타고 땅으로 흘러 갠지스 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도인들이 죽을 때 갠지스 강을 찾는 이유는 신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여행 다큐를 찍으러 온 병태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인도인의 삶을 찍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되고, 촬영이 금지된 바라나시 화장터에 카메라를 숨겨 들어가는 위험한 행동까지 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무렵, 병태는 다시 찾은 바라나시 화장터를 멀리서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가까이서 본다고 더 잘 보이는 건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