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중요한 정보가 빠져 애매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무엇을 혹은 누구를 부르는 것일까. 목적어 없는 제목이 끌어내는 중의적 호기심은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서사적 힘이 된다. 영월에 홀로 사는 진경(윤진서)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누구인가. 서론도 없이 본론부터 툭 내미는 여자다. 도통 사람을 좋아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전화로 습관처럼 건네는 엄마의 밥 먹었냔 말이 너무도 싫은 여자다. 유부남 남철과 불륜 관계지만 뜨겁진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대학 친구의 예술적 뮤즈이기도 하다. 극장 근처 전자대리점 직원 경호(오민석)의 짝사랑 대상이자 경호를 쫓아다니는 은진에게 질투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렇듯 관계의 중심이 온통 그녀에게 향해 있지만, 그 중심은 어쩐지 텅 빈 부재와 같다.
진경은 또한 이런 여자다. 바다와 계곡의 물을 보면 그만 마음이 풀어져버린다. 일과 중 점심시간엔 동네 도서관에 간다. 가끔 허기질 땐 낯선 사람과 말을 섞는다. 그녀 자신이 불륜의 결과였기에 보통의 삶에서 삐딱하게 벗어나고 싶다. 그렇기에 그녀가 지닌 냉정함은 타인에 대한 태도라기보다 자신에 대한 형벌과 같다. 혼자 살고 싶어 시골에 내려가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지만, 주변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그녀는 고요하지 못하다. 그러다 정말 혼자가 되는 상황에 처하고, 그녀는 결국 누군가와 같이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집요하도록 쓸쓸하게 살려 애쓰는 신비한 여자 진경과 배우 윤진서의 이미지는 너무도 잘 들어맞아 함정처럼 보일 정도다. 조연 하나하나가 보이는 감정의 깊이를 형상화하는 정성스러움도 느껴진다. 다만 감정과 태도에 서사적 인과를 부여하려는 욕망으로 부수적인 곁 이야기들이 적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 진경은 고요히 내 옆을 스쳐간다면 한번쯤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될지도 모를 그런 여자다. 영화 <그녀가 부른다>도 그러하다. 묵묵히 보고 돌아서 문득 되돌아오는 먹먹한 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