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재현하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
2013-12-25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는 미국인들의 일상적 풍경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13점이 삽입돼 있다. 빈 태생의 1952년생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은 어려서부터 음악과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해왔다. 1970년대 이후 그는 건축과 비디오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혔으며, 80년대에는 필름과 사운드를 이용한 비디오아티스트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비디오퍼포먼스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영화 속 이미지들은 명쾌하고 단순하며, 동시에 개념적이다. 호퍼의 그림이 영화 속에서 거의 완벽히 재현되고, 이 비디오아트 과정이 여주인공의 내레이션과 어우러져 이야기가 된다.

스토리는 간략하다. 셜리(스테파니 커밍)라는 이름의 여배우가 30년대와 40년대를 거쳐, 연대기순으로 미국 역사를 경험한다. 매해 여름 8월28일 즈음, 그녀의 변화가 라디오 뉴스와 함께 관객에게 소개된다. ‘연극배우’란 직업적 특성 때문에 셜리는 변화된 미국의 사회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30, 40년대 세계대전의 공포를 비롯해 50년대 미국을 강타한 매카시즘 열풍, 60년대 워싱턴의 인권 문제 등이 그녀의 일상과 엮인다. 현대인의 쓸쓸함과 멜랑콜리의 감정들이, 실사와 접합한 우아한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된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로서 감독의 정체성이 견고하게 뿌리내린 결과, 무엇보다 영상미가 빼어난 작품이 됐다. 호퍼의 그림을 장악하는 압도적인 수평선의 이미지가 영화에서도 잘 살아나고, 화면에 소개되지 않은 바깥 풍경들은 사운드를 통해 상상하게 된다. 배우들의 동선은 미니멀하지만 그럼에도 쓸쓸한 감정의 에너지는 풍부하게 표현된다. 호퍼의 그림 <뉴욕 영화>(1939)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감독은 윌리엄 와일러의 영화 <출입금지>(1937)를 삽입하는데, 이는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영화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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