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성과 구두와의 긴밀한 관계’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
2013-12-25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멤버였던 켈리 롤랜드가 등장해서 이런 말을 던진다. “제 구두에는 제각각의 이름이 있어요. 너무 많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요”라고. 영화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는 제목 그대로 하이힐에 대한 찬양이자 하이힐 페티시즘에 대해 분석한 본격적 패션다큐멘터리영화다. 하이힐이 주제인 만큼 인터뷰 대상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티안 루부탱, 월터 스테이저, 로저 비비에르, 피에르 하디 등 소위 ‘드림 슈즈’만 창조해온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제 더이상 구두가 실용품이 아님’을 강조해서 설명한다. 이 열풍의 이면에는 미디어의 역할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덧붙이면서. 예컨대 1970년대 ‘베티붑’ 캐릭터나 TV시리즈물 <섹스 앤 더 시티> 등을 통해 여성들은 자신들이 실은 ‘남성보다 구두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구두는 신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것, 마치 종교와도 같은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 환상이 가미된 ‘현대적 오브제’에 대해 감독은 다각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인터뷰뿐 아니라 역사적 기록들과 고증을 통해 구두의 사회적 역할이 부각된다.

영화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는 ‘여성과 구두와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내면적 분석과 탐구를 가한 최초의 장편다큐멘터리다. 줄리 베나스라 감독은 여성의 입장에서, 이 열정적 창조물에 대해 심리학적이고도 사회적 접근을 시도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구두가 끊임없이 등장하기에 시각적으로도 즐거울 뿐 아니라 최신의 유행 경향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도 좋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들의 구두 사랑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관객에게, 혹은 하이힐의 매력에 동감하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이 작품은 하이힐이 지닌 ‘연약함과 강렬함의 양면적 매력’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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