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쁜 한해를 보낸 아이돌이 아닐까. 예능, 드라마, 뮤지컬을 차례로 정복한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이 이번엔 애니메이션 더빙에 도전했다. 박형식은 <저스틴>에서 진정한 기사가 되고 싶은 소년 저스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변호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저스틴을 연기하는 동안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걱정스런 마음에 반대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고 한다. 생글생글 웃으며 “이제는 제법 유명해져 아버지와의 갈등은 잘 정리되었다”고 해맑게 말하는 모양이 씩씩한 저스틴에 적역이다.
-<일밤-진짜 사나이>의 아기병사 이미지와 맞물려 저스틴 역할이 잘 어울렸다.
=나는 몇번이고 ‘하이킥’했다. 처음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기술적으로 손보아주셔서 완성된 버전은 좀더 괜찮겠지 하는 기대가 동시에 들었다. (웃음)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즐겨봐 더빙에 로망이 있었다고 했는데.
=어릴 땐 더빙 목소리가 캐릭터가 내는 진짜 목소리인 줄 알았다. 크면서 성우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익숙한 목소리를 발견할 때마다 반가웠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늘 같은 선생님(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들과!… 하게 돼 정말 좋다. 그런데 큰 녹음실에서 다같이 녹음했으면 긴장해서 목소리도 안 나왔을 것 같다.
-더빙한 부분을 따로 들려달라고 해서 열심히 점검했다고.
=과장된 연기를 해야 목소리로 잘 표현이 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과장된 손동작과 하이톤의 힘찬 목소리로) “전 기사가 되고 싶어요~!” 이 정도로 해야 어울리더라.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녹음했다.
-뒤로 갈수록 목이 쉰 것 같던데.
=(시무룩하게) 소리 지르는 장면을 마지막에 녹음했어야 하는데…. 극의 흐름대로 녹음하는 게 표현이 잘될 것 같아 화면 순서대로 했는데 중간에 소리 지르는 부분을 녹음하고 나니 목이 다 쉬어버리고 말았다. 20분 정도 쉬면서 물도 마시고 대본 체크도 하며 관리했는데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더라.
-<상속자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의 명수는 종종 숨을 트이게 하는 역할이었다.
=나는 오히려 숨이 막혔다. (웃음) 진지한 분위기를 팍 깨버렸는데 연기까지 못하면 민폐가 되지 않겠나. 실제로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명수는 도박이었다. 어떻게 하면 대사를 맛깔나게 살리면서 제대로 치고 빠질까 미친 듯이 고민했다.
-점점 분량이 많아진 걸 보니 제작진에서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
=(눈가에 V를 그리며) “데헷~!” 이런 대사를 주신 덕에 명수가 (박형식의 별명인) ‘천연암반수’ 같은 아이가 될 수 있었다. 드라마에 ‘제국의 아이들’ 노래도 나오고 멤버들 이름도 나온다. 소소하게 챙겨주시는 것 같아 작가님께 정말 감사했다.
-달타냥 역을 맡은 뮤지컬 <삼총사>의 첫 공연도 앞두고 있다.
=캐릭터가 저스틴과 비슷하다. (뮤지컬 발성으로) “저는 아버지처럼 멋진 총사가 될 거예요~!” 그런데 스케줄 때문에 연습을 많이 못 나가서 선배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혼자 있는 시간을 쪼개 연습 중이다. 공연 땐 완벽한 달타냥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룹 멤버인 임시완을 동료 연기자로서 평가한다면.
=시완이 형은 정말 똑똑하고 성실하다. 캐릭터 분석도 꼼꼼히 한다. 스스로 연기하는 모습을 찍어서 모니터링도 한다. 나는 대본을 여러 차례 읽으며 내 캐릭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어떤 성격인지 큰 의미로 이해하려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캐릭터라면 당연히 이렇게 반응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몸에 캐릭터를 입힌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가 이미 만들어졌다는 불안감은 없었나.
=예전엔 잘하면 그대로 봐주시겠지, 했는데 내가 조금 잘못 안 것 같다. 특히 예능 출연 이후 아기병사 이미지가 굳어졌다. 지금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좋을지, 새로운 모습에 도전해보는 게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
-논의 중인 작품이 있나.
=직접 들은 얘긴 아직 없다. <진짜 사나이> 형님들과 ‘진짜’ 전쟁영화를 찍어보면 어떨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