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추억은 예쁘게 적힌다
2013-12-27
글 : 정예찬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고양이 장례식> 촬영현장

<순정만화>에 이어 다시 한번 웹툰 원작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강인과 <고양이 장례식>이 첫 영화인 박세영. “누군가 그랬다. 헤어진 연인들은 장례식이나 결혼식에서 반드시 만난다고….” 내레이션으로 깔리게 될 동훈(강인)의 대사가 벌써부터 귀에 들리는 듯하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종훈(오른쪽) 감독이 동훈(강인)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아저씨, 여기 머리 잘 자르죠? 이 남자 머리 좀 예쁘게 다듬어주세요.” 이발소라는 남자들의 공간에 처음으로 들어온 재희(박세영). 그녀에게는 낯선 공간이 흥미롭기만 하다.

이발사 역의 김병춘이 온몸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실제로는 후시녹음으로 음악을 입히게 될 가짜 연기다. 감독은 “진짜 연기자”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연희동의 한 작은 이발소. 촬영 장비 차량이 길가에 서 있지 않았다면 눈길 한번 주지 않고지나칠 법한 곳이지만 12월4일은 영화 <고양이 장례식>의 촬영으로 인해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발소 내부는 감독이 들어갈 자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비좁다. 카메라와 조명이 세팅을 마치고나면 이종훈 감독은 옆 건물의 사무실에 마련된 모니터룸으로 자리를 옮겨 화면을 보며 무전기로 큐 사인을 외친다. 스탭들도 세팅을 마친 뒤에는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이발소와 모니터룸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헤어진 연인이 함께 키우던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만나 하루 동안의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이 영화에서 이발소는 시간의 대비를 나타내는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백광용 조명감독은 “추억은 항상 미화된 채로 기억되잖나. 회상 신에서는 따뜻함이 배어 있는 공간으로 보이도록, 현실 신에서는 실제 이발소가 가진 톤보다 차갑게 표현하며 대비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앵글로 촬영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첫 테이크를 촬영하자마자 “오케이”를 외치고 이번 신은 롱테이크로 가자는 결정을 내린다. “다시 안 찍어도 되겠어요. 우선 (배우들간의) 합이 너무 좋고, 롱테이크인데도 지루하지가 않아요.” 감독의 칭찬과 발빠른 결정에 배우와 스탭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배우들은 다음 신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왔다. 화려한 꽃무늬 의상을 위아래로 갖춰 입은 이발사역의 김병춘은 스탭들에게 “이 옷 어때, 화면발 잘 받을 것 같아?”라고 물으며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정혜원 미술감독에게 물으니 “배우가 직접 준비해온 의상”이란다. 또한 이번 미술 작업은 “원작 웹툰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의상을 최대한 재현하려 했고, 만화가 가진 톤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고양이 장례식>은 UHD 화질의 4K 해상도로 DI를 진행하는 첫 번째 한국영화다. “그동안 4K로촬영하는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DI 작업 단계에서 2K로 낮춰왔다. 이 영화는 극장용 2K 버전과 상위 화질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UHD TV용 4K 버전으로 나눠 제작한다.” 문어픽쳐스 윤경돈 PD의 말이다. 이로써 한국 영화계에도 본격적으로 4K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영화는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덕적도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내년 봄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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