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판타지와 로맨스가 혼합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담고 있는 블록버스터로,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벤 스틸러가 감독, 주연을 맡았다. 주로 배우로 활동한 벤 스틸러는 성장영화의 수작 <청춘 스케치>(1994)로 감독 데뷔한 이후 <케이블 가이> <트로픽 썬더> 등을 연출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기존 영화에 대한 재치있는 패러디, 예상치 못했던 화려한 액션, 북유럽의 그림 같은 풍광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조합되어 있다.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잡지 <라이프>에서 16년째 네거티브 필름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뉴욕의 직장인이다. 미혼인 월터는 신입사원 셰릴 멜호프(크리스틴 위그)에게 마음을 두고 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아직까지 말도 건네지 못했다. 그는 셰릴이 인터넷 미팅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온라인 대시인 ‘윙크’를 보내려 하지만 거부당한다. 알고 보니 신상소개란에 필요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아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생활만 해온 그로선 가본 곳, 해본 것을 기재하는 칸을 채울 수가 없다. 42살 생일을 맞은 월터는 잡지가 폐간되고 온라인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는 우울한 소식을 듣는다.
월터는 전설의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이 보낸 필름 한통을 받는다. 숀은 특별히 25번째 필름에 ‘삶의 정수’가 담겨 있다는 메모를 보내왔지만 정작 그 필름은 보이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라이프> 종간호 표지에 숀의 사진을 싣기로 결정하고 월터에게 사진을 빨리 인화하라고 다그친다. 월터는 사라진 25번째 필름을 받기 위해 지구 반대편 그린란드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때부터 월터는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엄청난 모험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모히칸 머리를 하고 스케이트보드 대회에 나가 우승했던 경력이 있는 월터는 몇 십년 만에 잊고 있었던 도전정신을 되찾는다. 월터는 숀의 흔적을 좇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로 숨가쁜 추격전을 펼친다. 그 와중에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상어에게 쫓기고, 화산 폭발 현장에서 도망치고, 스케이트보드로 초원을 횡단하는 온갖 모험을 하게 된다. 월터는 드디어 히말라야에서 숀과 조우한다. 사라진 필름 조각에 대한 미스터리는 영화 말미에 정체가 밝혀진다. 늘 가까이에 있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이 바로 삶의 정수였다. 모험이 진행될수록 월터와 셰릴은 가까워지는데, 이 영화에서 로맨스는 월터의 성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연애에 서툴렀던 월터는 극적인 모험을 하면서 어른이 되고 고백할 용기도 얻게 된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를 영화 곳곳에 적절히 활용한 점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