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전설의 기사를 꿈꾸다 <저스틴>
2014-01-01
글 : 윤혜지

‘시키는대로 제국’에선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 기사들을 몰아내고, 엄격한 변호사들이 제국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제국 최고의 변호사 레지날드의 아들 저스틴(박형식)은 제국을 들쑤시고 다니는 사고뭉치다. 저스틴은 전설의 기사였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사의 꿈을 꾼다. 할아버지의 검이 반역자 헤라클리오의 손에 들어간 걸 알게 된 저스틴은 기사들이 사는 지혜의 탑으로 떠난다. 저스틴은 지혜의 탑의 세 기사, 뛰어난 검술을 자랑하는 순블루처(이순재), 기발한 무기를 발명해내는 구야울리오(신구), 전략에 능하고 지혜로운 레그녕티르(박근형)로부터 혹독한 수련을 받는다. 수련을 마친 저스틴은 이중인격 마법사 멜섭이데스(백일섭)의 안내로 헤라클리오의 성에 잠입한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 박형식과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출연진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더빙에 참여했다. 듣기에 편한 더빙은 아니나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각각의 캐릭터에 잘 맞게 녹아든다. 박형식은 기존 이미지대로 미숙하지만 씩씩한 소년 기사 캐릭터에 적역이다. 평소의 대사톤을 그대로 살린 ‘꽃할배’들의 목소리 연기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많다.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단순하지만 엉뚱한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시때때로 성격이 바뀌기 때문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간이 안 되는 마법사, 너무 늙어 기운이 쇠했거나 살짝 정신이 나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기사 등 저스틴의 조력자들 대부분이 하자가 있는 인물들이다. 드래곤인 척하는 어리바리한 악어나 <해리 포터> 시리즈의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를 빼다박은 듯한 허세 넘치는 근육미남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비장하게 시작한 초반 분위기에 비해 안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서사가 조금 아쉽지만 캐릭터극으로 본다면 충분히 귀엽게 볼만하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제작에 참여했고, <링스 어드벤처>를 연출했던 마누엘 시실리아가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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