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시절인연>
2014-01-01
글 : 주성철

<만추>(2011)에 이어 다시 한번 ‘시애틀의 탕웨이’가 찾아왔다. 하지만 미혼모가 될 운명에 처한 여자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쟈쟈(탕웨이)는 국가로부터 출산 허가를 받지 못해 아이를 낳기 위해 홀로 시애틀을 방문한다.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이다. 막막하게 도착한 공항에서 운전기사 프랭크(우슈보)의 도움으로 힘겹게 산후조리원에서 머물게 되지만, 애인으로부터 연락은 뚝 끊긴 상태다. 명절을 맞아 찾아오기로 한 애인은 그저 명품가방 선물만 보낸다. 그렇게 배는 점점 불러오지만 애인에게서는 여전히 소식이 없고, 쟈쟈는 불안 속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운전기사 프랭크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프랭크 역시 바쁜 아내로 인해 딸과 단둘이 쓸쓸히 지내고 있는 형편이라,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가까운 사이가 된다.

2013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7위에 기록된 <시절인연>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과 <첨밀밀>(1996)의 영향 아래 놓인 작품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좋아하는 쟈쟈는 그 영화가 좋아 뉴욕이나 LA가 아닌 시애틀로 왔다고 할 정도이며, 실제로 영화에서 그 영화를 보는 장면도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얘기처럼 쟈쟈와 프랭크는 나중에 다시 만나기까지 오랜 사랑의 숙성 기간을 보낸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좋아하면서도 “어린 여자애들을 꾀어내려는 작가가 쓴 사랑의 환영”이라고 얘기하는 쟈쟈는 무척 복합적인 인물이다. 물론 <만추>를 떠올려본다면 발랄한 탕웨이의 빛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저 평범하고 나른한 무드의 영화를 살리는 것은 오직 그 때문일 것이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면서 싱글이냐는 공항 직원의 질문에, 귀여운 율동으로 비욘세의 <Single Ladies>를 부르는 탕웨이의 모습을 과연 어떤 영화에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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